가을이다
마트에 진열된 탐스런 사과가 진한 향을 풍기고 있다
한입 베어물고 싶다.
봄이 되면
과일나무에 핀 꽃이나 열매는 솎아주어야 한다.
이때 어리석은 농부는 열매를 따내며 아까운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다.
하지만 과일이 익을 때가 되면
제대로 솎아주지 못한 것을 금방 후회한다
크기도 작은데다 살을 맞대고 자란 것은 썩어 버리기 때문이다
익어 따낸 과일도 마찬가지다.
냉장시설이 없을 경우 오래 보관하려면 적당한 틈이 있어야 한다.
붙어 있으면 무르고 썩는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오래도록 서로의 향기를 품을 일이다
하지만 함께 썩어
이 세상 거름이 되기로 했다면
물러 터지도록 살을 부비며 사랑할 일이다.
-칡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