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평야 사진 칡뫼 김구
김포평야 / 함민복
김포평야에 아파트들이 잘 자라고 있다
논과 밭을 일군다는 일은
가능한 한 땅에 수평을 잡는 일
바다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수평에서의 삶
수천 년 걸쳐 만들어진 농토에
수직의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농촌을 모방하는 도시의 문명
엘리베이터와 계단 통로, 그 수직의 골목
잊었는가 바벨탑
보라 한 건물을 쌓아 올린 언어의 벽돌
만리장성, 파리 크라상, 던킨 도너츠
차이코프스키, 노바다야끼......
기와불사 하듯 세계 도처에서 쌓아 올리고 있는
이진법 언어로 이룩된
컴퓨터 데스크탑
이제 농촌이 도시를 베끼리라
아파트 논이 생겨
엘리베이터 타고 고층 논을 오르내리게 되리라
바다가 층층이 나누어지리라
그렇게 수평이 수직을 다 모방하게 되는 날
온 세상은 거대한 하나의 탑이 되고 말리라
김포평야 물 괸 논에 아파트 그림자 빼곡하다
-세계의 문학 2005년 겨울호
'알면 좋을 듯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마경덕 시인의 시 (0) | 2016.04.26 |
---|---|
[스크랩] 러시아 현실주의 화가 세르게이 마체니코프(Marshennikov Sergey) 아름다운 여성의 그림 (0) | 2016.04.03 |
[스크랩] 입체적인 글씨 (0) | 2016.02.11 |
[스크랩] 이중섭 그림모음집 (0) | 2016.02.11 |
[스크랩] 명작의 길 (6) - 이상원 (0) | 201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