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도 그린다는 말이 있다.
사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알아야 말을 하듯이 그림도 알아야 그린다. 고대 원시 미술도 대상을 완벽히 이해했기에 나온 그림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도 보고 표상만 그린 것이 아니며 또 다른 원시미술에서 순록을 동굴 속에 데리고 와 보고 그린 것이 아니다. 당시를 살던 이에게
그림의 대상은 그들에게 모두였고 삶이었으며 종교였다. 그야말로 대상의 숨소리 걸음걸이 사는 모습이 현실뿐만 아니라 꿈에서도 늘 볼 수 있는 존재였다는 말이다.
해서 누구나 오래 산 동네는 골목을 눈감고도 다닐 정도요, 자신의 집 또한 안방 건넛방 화장실을 눈감고도 찾는다. 겸제 정선의 금강산도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린 것이 아니다. 단발령이며 장안사 ㅇㅇ등을 우리 동네처럼 발품 팔고 눈에 담고 기억에 녹여 그린 그림이다.
즉 대상을 소화하였기에 가능한 그림이고 진솔되니 감동을 주는 것이다.
김억의 목판화는 발품의 산물이다. 과거 전국토를 섭렵하며 새겨온 작품에 이어 이번 나무아트에서 열리는 '부안별곡'전도 마찬가지다. 외변산 굴곡진 해안풍경 속에는 격포항. 해수욕장을 비롯 채석강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모습이 알알이 새겨져 있다. 얼마 전 안성에서 부안으로 이사하더니 이삿짐정리는 언제 하고 이리 작업을 했는지. 좋은 작품은 진실된 마음이 보여 감동이다.
국토는 걷는 것만으로도 국토사랑과 애국심이 살아난다. 그 모습을 알알이 새기는 작가에게 국토는 과연 뭘까?
시간 나면 나무아트에 들러보시라. 나와 작가와 국토가 한 몸이 되는 순간을 만 날 수 있다.
추신 ㅡ누가 자꾸 김억과 김구는 어떤 사이냐고 물어 간단히 답을 드린다.
김억은 김ㅇ억에서 가운데 자를 빼고 예명으로 했고 김구는 김ㅇ구에서 마찬가지로 가운데 자를 빼고 쓴 이름인데
김구는 김구 선생님과 성명이 같아지니 칡뫼를 붙여 칡뫼김구다. 사실 김억과 김구는 고등시절 책상을 함께 쓰던 짝이었다. 아무튼 억 이가 김억이 되니
네가 억으로 가면 난 구로 가겠다 해서 쓴 예명이다. 억이 큰지 구가 큰지는 산수 한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하지만 구에는 무한대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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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부안별곡' 목판화전
나무아트 7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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