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다녀와서

2019 홍콩 아트바젤에 가면서

칡뫼 2019. 3. 27. 14:38



어린 시절 책도 귀했지만 책속에서 그림을 만나면 너무 좋았다.

격하게 감동하고 연필이나 막대기로 산이며 나무, 사람 모습을 흉내 내곤 했다.

그림 그리기는 취미일 뿐이라고 맘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주변의 말처럼 보통의 삶과 미술은 참 어려운 궁합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군 제대 후 그림 그리기에 뜻을 둔 후로는 부지런히 그림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미술관 박물관 전시회 등이다.

나름 보는 눈도 키우고 어눌한 작품에 갈 길도 그려보는 방편이었다.

그 행동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니 결국

타인의 작품이 지금까지 나의 유일한 스승인 셈이다.

 

아트페어라고 여러 작가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장터가 생겼다

늘 느끼지만 아트페어는 돈이 되느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험적인 작품보다는 기교가 강조되고 장식성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작가보다 화랑이 앞장서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그림이 잘 팔리면 현재에 알게 모르게 머무르게 되어서일까

전시작들 대부분이 해가 지나도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페어를 수차례 방문  잘 찾지 않게 되는 이유다.

하긴 그것이 나쁠 수만은 없겠다

문제는 돈이 앞서면 미술의 가능성을 너무 협소하게 자리매김하는 분재형

미술판이 되기 십상인 점이다.

 

아무튼 홍콩 아트바젤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큰 비용이 안 든다지만 나에게는 알바 뛴 돈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혼자 가는 자유여행으로 나름 알뜰하게 준비했다.

그러면 아트페어의 단점을 잘 알면서 왜 가느냐묻게 된다.

가보지 않으면 한쪽 구석이 궁금한 것도 못 참겠고

또 여러 나라 그림쟁이들 작품을  한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서다.

내 나름의 미술가치에 합리성과 비판성이 합을 겨루는 현장체험이고 싶어서고

한껏 상품성을 살리면서도 작가관이 뚜렷한 작가도 만나보고 싶어서다.

실험적이고 세계관이 확고한 화가들의 부스도 구비했다고 들었다

장점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아트페어란 한마디로 그림 도떼기시장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상품 구경하듯 그림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

너무 많은 작품 때문에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이기도하다.

아무튼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싶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해답이 없는데 답을 구하는 경우다

 

하지만 바다를 찾아가는 나름의 이정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길은 각자 걷지만 결국 바닷가 백사장에서 다함께 만나는 것이 미술이다

우린 그곳에서 고래를 보지 못하고 바닷물에 씻겨 내려갈 수많은 발자국만 남길 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중 누구의 것은 화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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