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홍콩 아트바젤 잘 다녀왔습니다
제 느낌을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우선 그림이 많아서. 체력적으로도 구경하기 힘이 들었습니다.
눈에 띄게 강하거나 몰입할만한 작품이 드물었고요.
아마 있었어도 수많은 인파에 밀려 몰입할 시간을 갖기 힘들었다가 맞을 수도.
결국 현대미술에서 작가가 일반의 관심을 받는 방법은 첫눈에 반하는 이미지가 우선인 듯싶었고
오랜 공력으로 명성을 쌓는다면 이름값에 주목을 받는 현상도 있겠고요.
역시 아트 페어는 돈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이 보였습니다.
많은 작품을 모아 놓다보니 나라별로 다른 독특한 감성이 보였고요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한국, 중국, 일본 등 전세계 35개국 242개 화랑이 참여했다네요
새로운 작가 보다는 기존 작가 그리고 미술사적으로 자리매김 된 작가의 작품이
여전히 인기가 있었네요. 피카소나 에곤 쉴레 그리고 앤디워홀 우리나라 백남준 등
거기에 바젤리츠나 데미안 허스트, 캘롤보브, 정판즈, 샤오강, 다카시 등 현대작가들까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나름 큰 몫을 하고 있음이 증명된 전시였습니다.
이불, 서도호, 그리고 단색화가 꼬리를 감춘다 했지만
그래도 아직 내세울 만한 작가가 없어서일까요.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작가들 그림이 있었습니다.
결국 엄청난 참가비 등을 감안할 때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작가들 위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분명 있어 보였습니다.
한국미술의 새로운 활로 모색으로 신학철, 강요배 등을 앞세운 학고재 갤러리가 눈에 띄었고요
조현 갤러리가 내세운 김종학의 대작 꽃그림이 일반인들의 포토 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함께한 여러 한국 갤러리들은 세계시장을 나름 겨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니시 카프르’의 움푹 파여진 거울 작품은
전시장에서 여기저기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네요.
많이 알려진 작가여서 일까요. 갤러리마다 소장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중의 호기심과 반짝이는 곡면의 자극성이 여전히 인기였네요.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작품을 처음 대할 때 재미가 앞서는 것이 우선이지
작가의 세계관을 알아보느냐는 나중 문제죠.
여기서 미술의 본질성?과 즉흥성의 관계를 읽을 수 있죠
작년에는 풍선모양 강아지 조각으로 유명한 제프 쿤스가 인기 있었다면
이번에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만화풍의 황금색 꽃이 꽃송이를 들고 있는
조각상이 인기가 있었고요
우리나라의 이불 작가의 설치 작업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입구의 거대한 비행선과 위층 입구의 하얀 조각배 설치 작품은
일단 관객의 시선을 모으고 포토 존 역할로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일반인들에겐 신선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미술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에겐
거의 낯이 익은 작가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결국 팔기위해 참여하니 지명도나 알려진 작가위주의 전시장이 되는 건 어쩜 필연적일 수도 있습니다.
유럽 갤러리들이 들고 나온 피카소. 키리코, 마그리트 등의 그림에 영국 갤러리 리차드 나기가 가져온 에곤 쉴레의 작품 앞에는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습니다.
역시 유명세를 타는 작품은 늘 인기라는 정답을 확인하는 자리였네요.
총평을 이야기하자면 미술 도떼기시장답게 많은 사람이 왔지만
이런 현상이 미술의 정답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지금 당장 돈 되는 기획으로 인해 만들어진 또 다른 미술판이 분명하고
일반 대중은 이곳에 모든 미술의 정답이 있는 양 오해 되는 구조가 문제라면 문제겠네요
저 장소에 참석하느냐로 작가의 역량이 자리매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죠.
지본주의와 예술이 만나는 정점을 경험한 것이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네요
하지만 이런 전시가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플랫폼이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의도적으로 제3세계 미술을 끌어들이는 기획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네요
결국 모든 예술은 평등하지만 주목 받는 작가위주로 돈이 몰리는 구조적 결함은
역사적으로 어느 시절 어느 환경에서도 같다는 사실입니다
독특하고 좋은 작품이 작가 스스로 자신과의 긴 싸움에서 체득한 세계관의 표현이라면
결국 오랜 내공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가가 세상의 주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는
작품성과 다른 또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가려진 훌륭한 작가가 세계 도처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작업이 지금 당장 주목 받지 못해 지속되지 못하고
시드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은 그 사회가 감당해야할 몫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우리는 글로벌한 작가 한 두 사람이 결국 그 나라의 문화적 경제적 위상을
한껏 끌어 올리고 있는 점을 뼈저리게 체득하고 있지 않나요.
작가 여러분 힘을 냅시다.
참가하면서 글을 올렸으니 결미 삼아 간단한 참관기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