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봄에 전시를 마친 원치용 작가로부터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파티를 하자는 것이었다. 음력으로 자축파티를. 알고 보니 둘은 음력으로 생일이 같다. 과거 대화 중에 아마 생일 정보를 공유했던 듯싶다. 아무튼 늙어가는 남자 둘이 자축 파티를 열었다. 파티 라야 간단한 안주에 막걸리지만 서로 편히 먹고 마시니 파티 중에 으뜸이었다. 원작가는 젊은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낸 한국인이다. 젊어서부터 음악과 미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지만 사실 과학도로 학교를 마쳤다. 덕분에 이야기 중에 빛이나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으니 즐거웠다. 끝에 함수 이야기가 나왔다.
함수 이야기는 대화가 미술에 이르자 나온 주제였다. 1차 함수 y=f(x). f(x)=ax+b 에서 임의의 실수 a와 b에 어떤 수를 대입해도 1차 함수의 도형은 직선일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여기서 a는 기울기에 관여하는 수이고 b는 선의 위치를 통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학창 시절 수학이 즐거웠던 나는 지금도 수식은 잊었지만 미적분 개념까지는 살짝 기억을 하고 있다. 결국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는 사유가 없고 1차 함수에서 a와 b에 숫자 대입하듯 작품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즉 기존 작품에서 크기 색깔 구성 등의 변화만으로 신작 인양 발표를 하는 작가가 많은데 결국 1차 함수의 도형처럼 직선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작가라면 2차 함수나 3차 함수 4차 함수처럼 차수를 달리해 포물선도 그리고 쌍곡선도 그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사실 몇몇 화가들의 작품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다. 하긴 기울기를 달리하거나 수평이동을 시키는 시도도 변화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도 변화만으로는 새로운 생각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저 시작처럼 직선으로 보일 뿐이다.
술기운인지 갈수록 이야기는 방향도 없고 역사, 과학, 미술, 술 등 한참을 돌고 돌았다. 자축연이지만 여러 생각이 드는 즐거운 자리였다. 학창 시절 내가 함수나 사인 코사인 수식 등을 이용해 문제를 내고 답은 그래프로 그리시요 했을 때 친구가 그려온 답은 여자 누드였다. 함수가 품은 도형을 이용해 짓궂게 여자 몸을 만들 정도로 총명? 했던 머리는 이제 이미지가 떠오르면 이름이 가물거리고 이름이 떠오르면 이미지가 까만 나이가 되었다. 어쩌랴 세월의 힘인 것을 그래도 붓은 꼭 쥐고 끝까지 가보련다. 재주도 일천한 몸이 그동안 먹고 사느라 붓 잡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늘 부끄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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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뫼자뻑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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