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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칡뫼 2023. 6. 25. 13:03



   그러고 보니 오늘이 6.25일이다.
어린 시절 참전용사이신 아버님으로부터 전쟁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외우다시피 했다.

아무튼 지금 작업실 자리가 내가 태어난 곳이자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시골집에는 휴가 온 국방군 아들을 위해 새벽부터 우물가에서 장작불을 지펴 두부를 만드시는 할머니 모습. 새벽에 포성이 울리고 '아마 군인들 훈련하는 하는 것이겠지요'로 시작되는 대화. 전쟁서사의 서막이요 이야기의 발화점이었다. 아버님은 아직 살아 계시고 지금은 치매를 앓고 계신다.

그 당시 전선은 38도 선이었다. 그 선은 우리가 만든 선도 아니요 차가운 직선이었으며 김포 염하 한참 위 황해도에서 동쪽으로 그어져 있었다. 어느날 회칼처럼 소리 없이 우리의 국토를 베고 지나간 것이다. 쓰리고 아픈 비극의 시작선이었다.

전쟁 상태를 멈추고 휴전 세월이 70여  년이다. 원래 북녘 인민들과 남쪽 국민들은 하나였다. 권력자들의 놀음에 선량한 백성들만 한을 품고 세월 속에 스러져 갔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시키는 대로 전쟁을 했고 그 우매한 하수인들이 시키는 대로 살아온 세월이다.
남북의 권력자들 뒤에는 세계사를 자기 맘대로 쓰려는 강대국들이 있었고 둘은 한 몸이 되었다.
우리 주변의 어느 나라가 우리의 하나 됨을 원할까. 우린 지금도 그들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끝없이 적으로 바라보는 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

다행히 적대시 마음은 전쟁을 겪은 부모님 세대나 반공교육으로 떡칠된 우리 세대보다 미래세대가 덜하지 않을까.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서로 오가고 힘들 때 서로 도와 함께 잘 살아야 한다. 휴전선이 있어도 없는 듯 살면 그게 통일 아닌가! 실핏줄이 잘 통하면 통할수록 피부는 단단한 하나의 근육이 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일,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잦은 왕래가 답이다.


칡뫼 6.25상념

철원에서
162x112cm
한지먹채색
칡뫼김구


철원에서
162x112cm
한지 먹채색
칡뫼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