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전시 마감일이다.
전시장 문을 열고 불을 켜니 저 멀리 우상의 벌판이 펼쳐져 있다.
믹스 커피 한잔을 타 마시며 작품을 본다.
나는 살면서 2등 3등은커녕 4.5.6등이라도 제대로 해보았나. 작품 속에 스스로 존재를 드러낸 숫자를 읽어 본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 자그만 돌 홀로이거나 둘셋이 흩어져 있다.
숫자도 못 만들고 버려진 존재.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숫자 그리기에 급급했다. 수가 잘 드러나게 그려야
작품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조차 만들지 못하고 버려진 작은 돌이 작품의 주인공 아닌가.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 수를 살리려고 작은 돌에게 성의를 덜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전시 마감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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