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전시 후 상념

칡뫼 2024. 11. 29. 11:45


간만의 평화다.
전시 후 피곤한 몸을 추스르고 손장섭선생님 3주기 전과 박불똥작가 '뭥'전 개막도 보고 왔다.
화목 난로 앞에 앉아 작업실 방한 칸막이를 생각하다가 눈 내린 고향집 같은 적막에 잠시 나를 뉘어본다.

산다는 건 뭘까? 치열하지 않으면 죽는 존재일까? 뭐든 쟁취요 수단이고 그 성과 뒤에는 과연 행복할까?
생존의 법칙 속에 우리는 민족끼리 싸웠다. 사실 전쟁 뒤에는 또 다른 거대한 힘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
분단은 상처요 아픔이다. 휴전으로 포성이 멎고 살아온 세월 70여 년 이제 겉으로는 조용하다.
하지만 내면에 자리 잡은 적대 감정은 알게 모르게 깊이 뿌리를 내렸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현실. 세상은 은밀하게 살풍경이 되었다. 그 결과 정치는 치사해졌으며 1등이 아닌 낙오자는 황무지에 버려졌다. 조작으로라도 최고가 되려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해서 그려온 그림들.

1등 주의, 학벌주의, 종교가 타락하고, 언론이 썩었으며, 그리고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법조카르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학문의 위기. 거기에 더해 모든 곳에 포자를 심어 번성하는 자본의 폭력이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점을 이미지로 말하고 싶었다. 소리치고 싶다 보니 대작으로 제작되었고 그림은 직설적이 되었다. 그림은 작가의 말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는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 또 떠들어 보련다.

그나저나 이번 겨울은 작업실 속에 이중으로 설치했던 비닐하우스 대신 이동식 칸막이라도 세워야겠다. 이제 갈수록 몸이 추위를 싫어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