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김포 반도 끝입니다.
휴전선 바로 아래 동네죠. 마을사람들 보다 군인들이 더 많은 동네였습니다.
뒷산 너머 강가에는 철조망이 쳐져있고 대남 대북 확성기 소리가 늘 울려 퍼졌죠.
삐라도 북에서 날린 것과 남에서 보낸 것이 모두 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강 건너 사람들을 미워하는 교육부터 받았습니다.
바로 눈앞에 보여도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그러고 보니 저는 가로막힘, 단절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람 중 한 명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일까. 예전 그림 중에는 가로 막혀있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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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유달리 생각이 많았다.
나를 알아야 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내가 처한 현실, 그 삶의 진면목은 뭘까.
전쟁의 상처인 휴전선을 원죄처럼 품고 태어나서일까. 우린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다르거나 나와 위치나 지위가 다르면 상대를 적대시 하곤 했다.
이런 적대적 단절은 늘 머리에서 맴돌던 화두였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과 대한문 집회를 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단절. 끔찍한 소통의 부재,
그로 인해 왜곡되는 삶을 목도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전쟁에 버금가는 분단과 단절의 원형질이 먼지처럼 떠돌고 있었다. 분단현실의 형상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내가 그려갈 세계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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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작 분단시대
82년 작 자외입금지 80F
83년 작업공간 80F
2017년 벼락치는 날
- 칡뫼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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