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간다.
굽은 등을 보인 채 손만 흔들고 떠난다.
이제 다시 못 만날 녀석이다.
해마다 년 말이면 느끼는 감정이 있다
휴일 날 홀로 재수학원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랄까.
텅 빈 교실 공허한 냄새가 코로 파고들었다.
직선과 직선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
내 동선만이 곡선인 채 하루해가 저물 때가 많았다.
미술판에서 난 늘 혼자였고 뭐든 홀로 알아채야 했으며
혼자 걸어야 했다.
버려진 강아지 쓰레기통 넘보듯 세상을 기웃거렸다
지금도 난 여전히 배가 고프고
이 것 저 것 들쑤셔 먹어야한다.
하얀 뼈다귀를 입에 물었다. 기다리던 먹을거리다.
내 안에 품고 숨는다. 이놈을 깨 소화시키려면
이빨도 아프고 침도 많이 흘려야겠지.
질기게 시간 보낼 일이 생긴 거다.
새해를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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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초에는 나라 걱정하느라 보내고
년 말을 집안일 걱정으로 보내니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내년에는 꼭 내 걱정만 하며 살리라.
-칡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