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와서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전을 보고-

칡뫼 2010. 8. 25. 20:20

    

클림트 전을 보고

 

   일요일 오후 클림트전이 열리는 한가람 미술관을 가족과 함께 찾았다. 미술작품 관람은 평일에 홀로 조용히 볼 때 많은 상상력과 그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기 좋으나 오늘은 아내의 청도 있었고 외국의 미술관을 찾지 않고는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를 작품이라 날을 가릴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아마 오전에 김연아의 피겨경기를 본 후 관람계획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아 더 붐비는가 싶었다. 입장료도 무척 비쌌다. 요즘 문화사업이란 멋진 가림 막 뒤에 미술전시가 짭짤한 장사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연유 때문인지 특히 학생들 방학 때 유달리 전시가 많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경쟁심리에다 적당한 소득수준, 그리고 문화욕구가 어우러진 현상이라 해야겠다이리 해서라도 보고 듣고 하면 정신건강에 좋고 미적 안목도 키워지니 탓할 일만은 아닌 듯싶었다..

    

      며칠 전부터 건물에 걸린 작품전 포스터에 '클림트'의 대표작인 '입맞춤' 대신 작품 '유디트1'을 올린 것을 보고 이곳 전시의 큰 얼굴은 '유디트1'이구나 했었다긴 줄을 서서 입장하니 작품전시에 앞서 '클림트'에 대한 연혁 등 작가소개가 보이고 동양미술의 영향을 받은 정황과 소장품, 초기작품, 인물화, 드로잉 작품,  구성이 나름 짜임새가 있어 부실전시를 우려한 나의 생각을 버리게 했다.

    작품 '유디트1' 을 직접 대면한 것만으로도 이번 작품전에 만족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떠오른 많은 이야기 때문이지 싶다.  

  

    '유디트'는 사람 이름이고 미모의 과부이며 히브리인이다. 그런데 작품에서 사람들은 게슴츠레 뜬 눈을 한 묘한 얼굴황홀경에 빠진 듯한 모습에만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이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림 오른쪽 아래 그려진 남자의 얼굴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 인물은  목잘린 남정네, 그것도 장군이고 이름은 '홀로페르네스'란 사람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 남자는 앗시리아의 장군이며 유대마을을 점령하러 온 적장이다. 위태로운 유대마을을 구하기 위해 여인 '유디트'는 미인계로 '홀로페르네스'를 유혹 잠자리를 같이 한 후 바로 그의 칼로 그의 목을 쳐 자루에 담아 하녀와 함께 마을로 탈출한 뒤 적군을 혼비백산하게 하여 유대마을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유디트'는 유태인의 영웅이며 어쩜 우리의 논개 같은 여인일 수 있겠다.

   

   이런 대강의 이야기를 작품 앞에서 아내에게 설명하자 주변의 많은 관람객이 귀를 기울였다. 그림은 사실 보는 예술이라 그 시각적 느낌이 중요하지만 이런 사전 지식 없이는 별다른 감흥을 받기 어려운 그림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유디트'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화가는 무척 많았는데 '보디첼리' 있었고 '카라바조'도 있었고 여류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있었다

    

     여류화가 '젠틸레스키'는 재능 있던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가지고 그림 배우다가 스승으로부터 강간당하고 그리고  재판, 고문, 허무한 판결, 남자에 대한 원망과 함께 피렌체로 이주, 거기에서 만난 화가 '알로리'와 사랑, 그렇지만 다시 이별을 한 화가이다. 그런데 이 여류화가의 '유디트' 그림은 내가 본 그림 중에 가장 끔직한 그림으로 기억된다. 남자를 커다란 칼로 목 베는 장면을 그렸는데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사실적 화풍으로 그려 화가자신이 겪은 남성에 대한 복수심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림이다.

   

     화가 '젠틸레스키' 사랑했으나 버림받았던 화가 '알로리' '유디트'를 그렸다. 그의 그림은  목잘린 남자 형상에 실연당한 자신의 얼굴을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그려 넣고  '유디트' 얼굴에는 사모했던 자신의 연인 '젠틸레스키'를 그려 넣었다화가는 자신을 작품 속에 그려 넣어 버림받은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생각나게 해 또 다른 감흥을 제공해 주었다.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1'  기존 그림과는 역시 그 맛이 사뭇 달랐다얼굴만 보면 사실 남성인지 여성인지 특별히 구별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옷이 벗겨진 왼쪽 가슴을 보니 오르가즘에 이른 여성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 표정이 몽환적이고 정신을 놓은 느낌까지 들었다. 살인의 감정과 성적 흥분이 섞인 듯 보이는 묘한 웃음, 아니면 미모에 속은 남성을 비웃는 듯한 웃음퇴폐적인 분위기의 웃음은 여성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역사적 인물 '유디트'의 사연 뿐 아니라 그 많은 화가가 그려온 것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작가는 이 소재를 택하여 과연 무얼 그리고자 했을까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이런 궁금증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이 그림은 '모나리자'의 미소와  함께 계속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음식의 묘미는 강한 맛 뒤에 오는 중간 맛에 있는 것처럼 이 것 저 것 명확함이 없는 곳에 예술의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 하면 음악으로 대변되는 나라였는데  '클림트'로 인해 비로써 회화도 유럽에서 수준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베에토벤프리즈 벽화, 인물화, 등에서 장식성이 강한 표현력으로  디자인 발전에 많은 공헌도 하였으며 이 장식성은 동양미술에서 영향 받았음을 그의 소장품, 관우도라든가 황금색 자수실로 수놓은 용그림, 걸개, 등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기법이 그 예다. 이렇듯 예술은 새로움에 대한 욕구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것이 다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우리들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기쁨과 함께 감성을 풍요롭게 해준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있다. 화가라면 이를 형상화 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내내 나를 지배했다

   

       그동안 작품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자괴감에 일부러 전시장을 멀리하고티브이에 나오는 문화프로그램, 특히 미술장르를 외면하고날아오는 전시 팜플렛을 받지 않으려 옮긴 주소를  알리지 않고 지냈던 세월 , 그 당시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부끄러운 처신이었다

      

         이젠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 충격을 흡수해 더 큰 자극을 받고자 하는 초심의 세계로 내 자신이 와 있음을 이렇게 전시장을 찾은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 이것이 이번 전시회를 보고 얻은 최대의 수확이었다.

     전시장을 걸어 나오는데 아내가 살며시 다가와 내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20093     칡뫼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1'

 

 

 

                                   젠텔레스키의                     유디트

 

                                                                                             

 

 

알로리의 유디트

 

 

그림속 여인 유디트는

연인 '젠텔레스키'를 그린것이고

목잘린 남자는 '알로리' 자신의

얼굴이다

 

 

실연당한 감정을 이리 표현한

것이다 

 

 

 


 

 

 

 

                                                       2009년 3월 29일 

 

 

 

 

 

                                                         뒤에 있는 그림은 복제품으로--이번전시에는 안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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