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쯤 일까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스님을 만나러 여행을 했지요
서울에서 전남 구례,섬진강 , 다시 쌍계사근처 가는 버스를 타고
배낭에는 그림그리는 간단한 채비
야외이젤, 벼루,먹, 화선지,스케치북 등--
그때 쌍계사 입구 화계장터에서 장구경도 하고 걸었죠
어쩜 -어찌나 복도 많았는지
때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낙화하던 시절이었답니다
벚꽃길을 십여리 걸어 가면서
천상이 이렇겠구나 했죠
지금까지 그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요즘은 아름다운길로 알려져 봄이면
관광객이 인산인해지만--
그렇게해서 타박 타박 쌍계사에 들어섰는데
한 젊은 스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답니다
유화를--
깜작놀라 말을 걸었죠
사실 스님은 먹으로 달마도를 그리거나
서예작품을 써서 중생에게 나누어 주는 건
많이 보았으나 서양화를 그리는 건 처음 보았거든요
더군다나 사찰경내에서 이젤을 펴고
30호쯤 되는 작품을 하고 있더라고요
뒤에 서서 구경을하자
스님께서 제 배낭의 이젤을 보고 그림하냐고 물어
대화가 이어졌는데--
사실 그림이야기보다 시중에 한참
떠들던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를 놓고
사찰내에서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
주인공 지산 ,법운 을 두고 말이죠
특히 성불하는 방법의 옳고 그름 등 등
그리고 오른 산행길에 만난 불일폭포
그 옆에 있던 불일암 찿았으나
헌데 거기에는 법정스님은 아니 계시고
송광사 뒤 불일암에 기거하신다는 말씀
불일암이 또 있을줄이야-
듣고 허탈해하자--스님 왈
봄비답지 않게
어제 그제 엄청 많이 내린 비에
불일폭포가 장관이니 보고가라는 말씀에
바라본 불일폭포 이단폭포의 장엄한 광경이
어찌나 강했던지 스케치한 후
집에 와서 바로 그린 그림이랍니다
만나고 싶은 님은 못 만나고
대신 만난 불일폭포
세상은 뜻대로 되는게 아니지만 결코 낙담하거나
후회할일이 아님을 부족한 습작이지만
이 그림을 들여다 보며 다시 배웠답니다
부족한 그림입니다
제가 좋아했던 화가가 초중등시절에는 청전(이상범)이요
조금 커서 20대에는 소정(변관식)을 좋아했던 관계로
그림에 알게 모르게 소정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특히 인물부분은 닮은 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초기 습작시절은 어쩔수 없이 좋아하는 작가를
닮는 행태는 어느 예술 장르이든 비슷합니다
우연히 집 구석에 걸려있던 아주 작은 소품
"불일폭포" 작품을 보니
오직 그림을 위해 여행하고
좋은 문학작품 감명 받았던 작가를 찿아보던
20대의 뜨거운 열정이
그립고 그리운 지금입니다
불일폭포 화선지수묵담채 1981년 칡뫼
인물부분 확대한 모습입니다
---칡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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