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국도
서울 강화간 뚫린길이다 .
중간에 김포평야를 가로지르는 길
나는 고향이 김포반도 끝이어서 학창시절 방학하면
고향집을 갈때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이길을 자주 이용했다
48번국도는 고향과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주는 구체적인 현장이었다
타향에서의 삶이 힘들면 어린아이 어미젖 찿듯 이길을 따라 고향으로가
정신적 모유로 허기짐을 채우고 꿈을 다지며 다시 서울로 향하던 먼지길이었다
정류장에 차가 서면 비닐봉지의 미류꾸(밀크사탕)장수가 버스에 올라
고향친지 선물용으로 좋다고 한바탕 입담을 자랑했고 ,
자동차 운전석옆 엔진룸까지 사람이 걸터앉고 털털거리며 오가던 만원승합버스
가끔 차가 고장나면 차에서 내려 끝없이 펼쳐졌던 누산리 김포평야를 바라보며
길 옆의 가로수 아래에서 뙤약볕을 피하곤했다.
나는 차멀미에 시달리면서도 마냥 이길을 사랑했다
몸이약해 차멀미를 자주했던 나는 자동차기름냄새를 역겨워 했다
그 기억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림도 오일냄새나는 유화보다는 한국화를 하게됐는지도 모른다
길옆에는 가로수가 미류나무여서 여름철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이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길옆 먼지 뒤집어쓴 호박잎은 어찌나 불쌍하던지-
어느해엔가 포장도로로 꾸며지고 흙먼지없는 길이 되었다
2차선이어서 그런지 제한속도는 60킬로미터 였다
나이가 들면 세월의 흐름도 나이만큼의 속도가 된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세월의 덧없음이다,
예전 나이, 60이 드물던 시절의 유산이었던 환갑還甲잔치는
요즘 쉬쉬하며 가족과 보낼정도로 잔치대열에서 밀린지 오래고
칠순七旬잔치도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팔순八旬잔치나 미수米壽연(88세) 아니면 회혼回婚례나 되어야 잔치대접을 받는다
그만큼 우리들의 수명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어른이 되고서 가족과 함께 이길을 가게 됐으며
사회발전과 더불어 정류장에만 집이 몇채있던 풍광이
이제는 서울서 종점 강화까지 길옆 빈곳이 드물고 상가며 공장건물이 줄을 서있다
이번설에도 아내, 딸, 아들과 함께 고향을 찿았다
고향집에 가면 천천히 집주변을 둘러보고 옛생각에 젖곤하던 습관이 있다
그러다가 창고같은 건넛방 그림더미에서 이그림을 발견하였다
생각이 많던 20대,
그림소재에 골몰하며 여행을 다니고 경치를 찿아 머리로 그림그리던 시절
우연히 이길을 가다가 60킬로 제한속도판이 인생60 이란 말과 겹쳐 연상되고
이생각을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다
앰블란스는 의도적으로 그려 넣었다
저 길위를 달리는 차속에는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환자가 있을수도
아니면 새생명을 낳으려는 만삭의 산모가 타고 있을수도 있겠다
길을 그리며 인생의길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어떤 경치의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부족한 초기작이다.
어쨓거나 이그림을 오랫만에 보니 고향친구 만나듯 반가움이 앞섰다
이번설에는
하얀눈덮인 앞산 모습속에서 희끗희끗해지는 내 머리카락을 보았고
48번국도를 그린 그림속에서는 지난시절 나의 삶을 볼수있었다
앙상한가로수 사이를 달리는 무심한 세월도 보았다
48번국도 화선지에 수묵 채색 1983년작 칡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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