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우상의 벌판' 전시가 다음 주 11월 13일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시작되네요.
그런데 평소 존경하던 장경호 화백께서 제 전시에 평문을 써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놀랄 일이 다 있다니요. 감동입니다. 제 작품을 깊이 읽어주신 데다 과거 보았던 필력이 여전하시네요. 두 손 모아 감사드리고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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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偶像)의 벌판’을 가로지르는 동시대성.
장경호 (화가)
김구는 분단현실에 대한 통찰과 독자적 어법으로 이를 집요하게 형상화해 온 작가다.
그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전시는 모종의 변신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변신이란 어차피 오롯이 작가가 떠안아야 할 몫이다. 그런 만큼 거기에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작가 나름의 필연적인 사유가 내재되어 있으리라 여겨진다.
작품을 통해 우선적으로 감지되는 것은 최근 한국사회에 요동치는 착종된 정치 사회적 현실로 직진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우후죽순처럼 창궐하는 문제들은 기실 일제강점과 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뿌리에 숨죽여 기생하면서 암덩어리를 키워온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왜곡, 철 지난 반공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범벅된 부당한 정치권력과 그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치검찰, 기레기로 대변되는 참칭언론,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공생해 온 사이비 지식인들이 합작하여 키운 독버섯에 다름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독버섯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발판 삼아 발호하여 그 독성으로 대중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우리 사회 전반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정작 다방면에서 시급하게 다루어지고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의제들을 무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구의 시선, 김구의 작업이 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 총체적 파국이자 황폐한 벌판이다.
작가에 따르면, 그것은 전시의 표제처럼 ‘황무지, 우상의 벌판’이다. 다만 여기서 ‘우상’은 작가에 의해 의미부여의 주체가 비틀어져 있으며, 이러한 파국을 초래한 무수한 폭력의 주인(主因)으로 작동한다. 마찬가지로 황폐한 ‘벌판’ 역시 작가적 상상력이 구성하는 파국의 상흔이자 표상으로 현현한다.
김구가 형상화하는 이 황폐한 벌판, 모든 의미와 가치가 파편화된 이미지로 난무하고 부당한 정치권력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끊임없이 증상화되고 배제당하는 아토포스적 존재, 몫 없는 자들이 해골로 나뒹구는 음습한 세계 속에서는 작가에 의해 우상으로 명명된 생존자(?)이자 이 모든 폭력을 유발하는 인자들마저 욕망으로 뒤틀린 형상으로 겨우 그 존재감을 초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비틀린 시대인식과 폭력인자들이 어떻게 한 시대를 암흑 속으로 내몰고 있는지 묻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인식의 지평에서 김구의 작업들은 온축 된 작가의식이 견인하는 ‘동시대성’을 담보해 낸다.
작품이 구현하는 ‘동시대성’은 자본에 의한 포섭이 갈수록 심화되는 작금의 미술 지형에서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처한 시대에 대한 단순히 시니컬한 방관을 뛰어넘어 시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야말로 예술을 진정으로 수행하는 모습이며 작품은 이러한 수행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감벤에 따르면, 대타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시대의 주류에 안주하는 자들이 동시대인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시대를 증오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을 ‘동시대인’이라 칭한다.
따라서 ‘동시대성’ 역시 반시대적 고찰을 하며 시대와 불화하지만, 시대에 개입함으로써 맺는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예술가들 역시 그들의 작가적 상상력과 표현방식에 따라 제각각 드러나는 양태는 다르더라도 늘 현실과 불화하며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환상화하는 현실 너머를 고찰하고 발언하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시대와 불화하는 예술. 그로 인해 당대의 상징질서에 균열을 내고 이를 전복하는 예술행위야말로 예술의 진정한 정치적 윤리적 덕목이라 하겠다.
‘동시대인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라는 말처럼 김구는 작금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뒤틀린 현실에 기꺼이 발을 담그고 시대의 어둠을 직시하고 있는 셈이며. 그의 작업 역시 착종된 현실에서 다종의 폭력을 배태시키고 있는 인자들에 대한 증오와 그로 인해 황폐화된 시대의 암흑을 형상화한다.
아래 전시작
'유령의 나라' 부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