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농장 건물에 제비가 나타났습니다
3 년만 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괜스레 올 핸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헌데 좀 이상스럽지 않나요
제비가 집을 짓는데 외줄,
그것도 전깃줄에 흙을 붙여
집을 짓고 있지 뭡니까
제비 부부가 흙을 물어다 열심히 짓고 있었습니다
이때가 5월15일 이었습니다
머리가 나쁜 건지 이곳이 안심이 되는건지
전깃줄에 열심히 집을 지었습니다
사실 보시다시피 벽에는 3년 전에 지어 놓았던 집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들어가 앉아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외줄에 집을 짓다니요
아무래도 불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비집이 무게 중심을 잃고
옆으로 돌아갔었습니다.
움푹파진 곳이 원래 위쪽이었지요
알이라도 낳았다면, 생각하니 끔찍했습니다
그런데 뒤집힌 위에다 또 집을 새로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후면 또 위쪽이 무거워 또 돌아갈 게 뻔했습니다
제비집은 역삼각형이니 말입니다.
무슨 수를 써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임시로 사다리를 이용해 이렇게 얼기설기
제비집을 받쳐줬습니다. 서둘러야 했지요
놀라 아예 집을 포기할 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튼튼해보이죠
철사를 이용했기에 끊어지거나 뒤집힐 염려가 없게 만들었죠
일단 모양보다는 실속이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알 낳고 부화를 시켜야 할 시기니까요
그런데 낯설어서인지 한동안 제비가 집에 안들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괜히 건들여 집을 나가게 한 것은 아닌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낳아놓은 알이 집이 다시 뒤집히면
큰 일을 치를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몇 차례 탐색하더니
와! 드디어 제비 부부가 다시 집에 들어섰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암컷이 알을 낳는지 수컷이 안절부절이었습니다
집을 손 보고 품기를 며칠 째
기미가 보였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입으로 둥지에서 무언가를 집어내고 다듬고 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새끼가 부화한 것이었습니다.
이날이 6월 21일이었는데
둥지를 짓기 시작하면서 부터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눈도 못 뜬 아기제비는 아직 솜털 뭉치였습니다
부모님이 미쳐 부화 못한 형제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이제 세 마리네요
먹이를 물어다 주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주둥이, 이제 게슴츠레 눈도 뜬 것 같았습니다
마당에는 호시탐탐 무서운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제비가 안전한 줄에 집을 진 이유였습니다.
담벽은 까닥 잘못하단 고양이가 타고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했습니다.
드디어 서서히 모양이 갖춰진 새끼 제비들
나중에 보니
세 마리가 아닌 네 마리였습니다.
부지런히 먹고 쌌습니다
서서히 날갯짓을 하기도 하네요
큰 형은 제법 깃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어미는 더욱 부지런해야 했습니다. 점점 많이 먹으니까요
쉴 새 없이 먹이를 나르니, 부모의 사랑은 위대합니다
눈 뜬 것 좀 보세요 어느새 많이 컷네요
어쭈! 날개짓하며 깃털 다듬고 나는 연습도 하네요
돌아서서 똥 눕는 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하네요
자세히 봤습니다. 참 예쁘죠 초롱한 눈 보세요
저런 곳에서 새끼를 품고 길러내니 생명에게는
좋은 집, 헌 집이 따로 없지 싶었습니다.
오직 사랑이 있을 뿐이란 걸 배웠습니다
어미도 기특한지 멀리서 지켜보네요
여전히 아빠, 엄마는 먹이를 물어다 줬습니다.
끝이 없는 듯 했습니다
의젓한 4형제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중 용감한 형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7월 5일이었습니다
깃털도 자라고 모양이 어미 제비를 닮아가네요
용감한 형은 이제 둥지를 나와 앉았다
들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꼬리 깃털만 안 자라 그렇지 모습은 영락없이
어른 제비가 다 됐습니다.
또 다른 동생도 형을 다라 둥지를
나와 보고 싶어합니다
나는 자세를 어미 제비가 가르쳐 줍니다.
날고 싶은 의욕을 붇돋아 주는거지요
어미제비와 자식들이 모였습니다
이제 우리도 날 수 있다는 듯,
둥지는 이제 좁다고 모두 나와 있습니다
어미는 멀리서 모른체 합니다.
스스로 날아보라고
많이 먹고 배설물은 그득한데
잠자리는 입에 넣지 못하고 떨구었네요.
며칠 뒤 , 둥지가 비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 어디 갔을까
아하!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와 ,
멀리 날아 갈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밖에 나가 있었습니다.
아직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전히 어린 아기 모습입니다
언제나 오실까 기다림이 간절합니다
창공을 바라봅니다.
나도 저렇게 날거야 , 멋지게 날꺼야 ,
꿈을 키우는 눈망울이 의미 심장합니다
형제도 같은 몸에서 태어났어도 성격이 다릅니다
항상 모험심이 있고 먼저 설치는 녀석이 있죠
따로놀죠
이제 의젓한 어른제비 모습입니다
가족이 함께있네요, 꼬리깃털이 긴 것이 어미죠
이제 다 자란 듯 합니다 날아 먹이 사냥을 가르쳐야겠죠
용감한 형은 벌써 어미따라 사냥에 나섰습니다.
동생들만 남아 있네요. 형 어디갔어
그래도 어미가 근처에 오면
여전이 짹짹 입을 벌리고 새끼 본색을 드러냅니다
형과 아빠는 멀리 갔나 보니다
늦은 저녁 동생들만 다시 건물로 들어와 지냈습니다
그러더니 영영 모두 볼 수가 없었습니다.
먹이 사냥하며 몸을 키우고 강남 갈 채비를 하겠지요.
내년에도 찾아와 주길 기대해 봅니다.
제비는 올 여름 결국 저에게 좋은 선물을 전해주었습니다.
부족한 못난 제 글이 에세이 문학 초회추천 됐다는
소식을 물어다 준 것이었습니다.
제비가 멋진 날갯짓하며 하늘을 맘껏 날 듯
저도 좋은 글을 세상에 훨 훨 날렸슴 참 좋겠습니다 .
올 여름 제비를 보면서 열심히 사는 건 생명에게 주어진 의무인 듯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7월을 보내며 글, 사진 김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