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다녀와서

[스크랩] 산행

칡뫼 2009. 6. 24. 22:11
정말 얼마만인가
아침 일찍 등산화 끈을 매고 집을 나섰다.

김포 문수산에서 시산제를 한다는
고향친구의 문자 메세지를 받고
며칠전 부터 벼르던 산행
실은 산도 산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생활의 변화를 갖기로 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산 밑에 도착 기다리던
친구의 안내로 산행길로 접어 들었다.
조금 오르니 아내가 힘들어 한다.
살림만하고 바깥 나들이 안한 표시다.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십 수년을 가까운 산행 변변히 하지못한 세월이 미안하다
결혼초 여기 저기 이산 저산 아이 무등태고 다니던 시절이 언젠가 싶다
손을 잡고 끌어주니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전과 다르게 나자신 재촉이 없어진걸 보며
젊은시절과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드디어 산 정상
고향 친구들 이십여명 외 산행에 참여 정상에 오른 수십여명의 등산객이 보는 가운데
축문을 읽고 새해 소원과 건강을 비니 모두 즐거워 한다.
떡과 약간의 술 과일을 나누어 먹고 주변을 들러본다.

북쪽을 보니 쉽게 가지 못하는 땅 북한땅이 보이고 임진강 한강
다시 합류하여 흐르다 강화와 김포반도를 가르는 염하가 보인다
남서쪽을 보니 강화대교와 멀리 강화도 그 아래 보일듯 말듯 영종도-
안개가 걷히면 손에 잡힐 듯 보일게다.
동쪽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평야지대 동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 할아버지께서 이 산에서 나무한짐 해서 해질녁에 오실때면
아버님께서 마중나가 지게를 대신 지시다가 무거워 못 지시고 오던 생각이 난다.
얼마나 많이 짐을 꾸리셨는지--
자식들 위해 밥 짓는 나무를 욕심껏 하신거다.

그 옛부터 사연과 삶이 어우러진 산하
아름다운 국토 도도히 비단자락 마냥 늘어져 흐르는 저 강물에
우리내 눈물, 탄식, 기쁨, 희망, 그 모든것이 녹아 역사가 되어 흐른다.
이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은듯 흐르는 강을 보니
가슴 저 속에서 무언가 울렁인다.

내려 가는길 타박 타박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한다.
바쁘게 앞서 걸으며 내달아 정상에 오른이나
천천히 뚜벅 뚜벅 정상에 오른이 큰 차이가 없다.
어쩜 천천히 걸으며
발 밑 돌더미나 나무등걸에 말을 걸기도 하고
힘들면 기대 앉아 오던 길 되돌아 보는이가
산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 더 큰 기쁨을 가지고 내려 오는게 아닌지

달리면 달릴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경주마 같이 살지는 말자
이런 생각을 한다.

산 아래 내려와서 다시 산을 올려다 본다.
거기 있어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 우리 동네 북풍도 막아줬고
한때는 나무도 해왔고, 어릴때 학교 소풍도 갔었고, 절이 있어 우리 할머니 어머니 소원도 빌었으며,
교가에 산이름 나와 노래 부르며 정기도 마셨습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도 보고 임금님 피난도 봐왔던 당신,
김포반도의 끝에 우뚝서서 민족의 배설물 한강을 어루만져 주셨군요

평야지대에 삿갓 마냥 또는 도포자락 여민 할아버지 처럼 서 있는 모습
높이는 376미터지만 저에게는 가이없는 큰 산이십니다.

마음속 인사를 하고 나니 기다리던
아내가 내팔을 여미며 행복해 한다.




출처 : 만다라문학
글쓴이 : 칡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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