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사동 카페 '시가연'에서 열린 시낭송회에 초대되어 갔습니다
그곳에서 눈과 귀가 즐거운 시낭송을 듣고 났는데
글쎄 3부가 되니 초대 손님 즉석 시낭송이 있더군요.
본의 아니게 불려 나가 시낭송을 하게됐습니다
예전 저의 첫사랑이야기인 <싸락눈>이란 졸시 한 편을 맘속으로 잽싸게 외웠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읊었죠.
싸락눈 / 김형구
네 귀퉁이 떼어먹고 남은
고사떡 닮은
회나무재 자갈논
신작로
박수 손에 끌려
열네 살 분이는
팥고물 눈물 흘리며
뒤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멀리 무당길을 떠났다
동네마루
지팡이 몸 기대고 배웅 나온
당집 무당할미
굽은 등 위로 하얗게 싸락눈이 내렸다
어여
어여 가
힘없는 손짓에 당산나무가 운다
신열神熱올라 밤새 앓던 날
분이는 젖가슴 칭칭 동여매고
시퍼런 작두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난, 식은땀에 젖어
어지러운 몸 일으켜
방문 열 때면
어김없이 안마당에는
쌀점보는
신미神米같은 싸락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다
낭송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지고 환호성이 울렸습니다.
손님에 대한 예우도 있었지만 박수 속에서 분명히 느낀 점 한가지는 이미지였습니다
수필이건 시건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글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글에 그림이 그려질 때 이해가 빠르다
이 점이 포인트 인 듯 싶었습니다.
시낭송을 들으면서 언듯 이미지가 없는 시는 한 행을 이해하는 중에
다음 행이 낭송되니 공감이 약하고 박수도 적었습니다.
그 점을 파악한 저는 천천히 읽고 감정을 살려 봤죠.
듣는 분들에게 이별장면이 떠오르고 할머니의 표정 동작 '어여 어여가'에선 신음소리까지--
옛 시골마을이 그려진 듯합니다
낭송도 즐거웠지만 배움이 있는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오라는데 쉬엄쉬엄 나서야지요.
스타는 몸이 귀하니까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