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화선지수묵담채색 칡뫼 김구
골목길 모퉁이에
짧은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일까?
아들일까?
아니면 학교에서 돌아올 손주일까?
어쩜 그 누구도 아닌
일상,
무탈한 하루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고보면
산다는 건 언제나
기다림이다
벽에 기대서 있는 리어카 화선지 수묵담채색 칡뫼 김구
세상은 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자리를 내줘야한다
손수레가 등장하자 지게가 사라졌다
오토바이가 나타나자 짐자전거도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이제는 자동차가 골목의 주인공이다
리어카가 벽에 기대서 있다
"한때는 나도 바쁜 몸이었어."
큰소리치던 친구를 본다
골목길을 따라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귀가 화선지 수묵채색 칡뫼 김구
집으로 돌아가
누울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이다
하지만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가장은 늘 외롭다
"아빠 어디에요, 빨리 오세요. 엄마가 저녁 차려놨는데"
"사장님 저, 년 말까지 만이라도 다니면 안 됩니까"
어떤 전화를 하고 있는지.
귀가하는 가장의 뒷 모습에
긴 그림가 달려 있었다.
2014년 <에세이문학> 겨울호 그림에세이
<그림에세이> 그림과 글을 엮은 새로운 장르라 할까요
< 에세이문학>에서 칼라지면 3면을 제게 배당해줘서
부족하지만 1년 연재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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