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수필 28

할머니의 기다림

할머니의 기다림 김형구 아침에 보니 정화수가 솟구쳐 ‘하늘 고드름’이 되어있었다. 그날 밤에도 할머니는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 놓고 비셨다. 두 손을 모아 빌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주문처럼 무슨 말인지 하셨다. 가끔 '천지신명'이란 말이 들리기도 하고 얼핏 '비나이다' 소리도 들렸다. 궁금해 쪽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여 보았지만 소리는 더 들리지 않고 절하는 모습만 보였다. 사락사락 내리던 싸락눈이 포실한 함박눈으로 변할 때 쯤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오셨다. 내복차림으로 반가워 폴짝 뛰는 나를 힘껏 안아주셨다. 머리 위에 내렸던 눈이 녹아 비녀를 적시고 있었다. "아이쿠 내 새끼" 할머니의 토닥거림에 그때서야 나는 다람쥐처럼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눈이 소복이 내리고 겨울밤은 깊어갔다. 동네 개가 심하..

발표된 수필 201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