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와서

그림이야기---연인--

칡뫼 2009. 9. 11. 15:37

 

 

내가 사는집

안방에는 글 그림이 지금 세어보니 여섯점이 있다

그중 서예작품 아산 유희돈 어른께서 결혼기념으로 써주신

지란천재무(芝蘭千載茂)요 금슬백년조(琴瑟百年調)란 작품 빼고는

모두 내 습작시절 작품이다

 

방에 작품이 여섯개나 걸려 있으면 방이 무척 크다 생각할지 모르나 집이라야 작고 보잘것 없다

사실 몰라서 그렇지 방이 작을수록 벽에 그림이나 사진이 많으면 방을 크게 느끼며 살수가 있다

왜냐하면 그림 속에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풍경화의 경우는 수십리 경치를 끌어다 그려 놨으니

실제 바로 앞의 벽도 멀리 수백리 풍경이 보이는 뚫어진 창이 되기 때문이다.

방에 있는 글,그림 여섯점 중  아끼는 그림이 있는데 "연인"이란 작품이다

 

1980년대 초

장래가 불투명하고 어둠의 연속이었던 암울한 시절

나에게는 사랑이 있었다 

그 시절 사랑으로 인해 탄생한 그림이 "연인"이다

 

적어도 이 그림은 나에게 있어서는 사랑속에 있을때 사랑을 그렸으니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이지만 당시 청년시절의 절절함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이 아닐까 한다 .

어두운 밤이지만 창문의 붉은빛은 내가슴의 열정이고 건물의 굼실거림은 당시 내 마음의 설레임이었다

가난한 동네의 전신주는 어둠속에서 무거운 짐을 힘겨워 했지만

밤길을 걷는 두 사람 연인에게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찼던 사랑의 골목길이었다 

시장에는 순대 파는집, 찐빵 집 ,튀김집 ,분식집 모두가 어느 고급스런 카페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장소가 됐으며

그녀와 함께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사랑의 힘이다

  

그림 역시 여느 예술장르 처럼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내는 분야이지만

어느정도는 감정의 정리정돈 내지는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기획적인 작품이 많은데

이 그림은 그 시절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바로 표현한 심상화로 소품이기도 하지만 시간도 수십분이 채 안돼 완성하였다

 

몇 몇 지인은 이그림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작품을 그리는 시간의 많고 적음이 결코 작품성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그림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뿐 만 아니라  과거로 나를 보내줌은 물론

감정의 전달 내지는 소통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

 

예술작품은 만들어 지는 순간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적인 별개의 사물내지는 현상이 된다

예술작품의  실제주인은 보는사람, 읽는사람 ,듣는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 "연인"도  내가 가지고는 있지만 주인은 수십명 내지는 수백명이 되는 것이다

결국 작품과 소통하고 감정 전달을 주고받는 사람이 진짜 주인인 것이다

 

지금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당시 순수했던 감정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 난다

작품과 삶에 대한 치열함이 식지않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연인    1984년작      28 x  42 cm       화선지 수묵담채      칡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