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 보인다는 것
아내가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한다. 거울 속의 여자가 화장을 하고 있다. 가만 보니 거울 속의 여자는 아내가 아니다. 좌와 우가 바뀐 아내의 얼굴일 뿐이다. 왼쪽 뺨에 바르는 뽀얀 가루분은 내가 볼 때 오른쪽 뺨에 발라진 화장품이다. 아내가 거울을 보며 정성을 쏟은 예쁜 화장은 결국 보는 사람에게는 뒤바뀐 모습으로 보여 질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비춰 볼 뿐이다. 그러니 아내가 거울을 보며 추구한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도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나 또한 아내가 정성스레 가꾼 참 모습은 같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모를까. 결코 볼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사랑하는 이가 알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아니다.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뒤바뀐 모습을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 본질이고 진실이란 생각을 버려라. 허상일 수 있으니. 우리는 어쩜 허상을 사랑하고 노래 부르고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진실은 아는 것,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다. 난 항상 그것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난, 그것을 그려 보이고 싶다.
예전 그림노트에서
얼굴 1985.6.7 도화지에 HB연필 칡뫼
참고로 전 아내와 1985년 4월에 결혼했습니다
이 그림은
결혼 후 어느날(지금보니 6월7일이네요)
아내의 얼굴을 갑자기 그리고 싶어 연필로 그렸던 도화지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아내의 사랑스런 얼굴이지만
아내는 이 얼굴의 반대영상을 보고 화장을 하는 것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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