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무엇을 그릴까?
어떤 그림이 과연 좋은 그림일까? 늘 고민한다.
하지만 쉽게 그 답을 찾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옛 그림을 틈나는 대로 창고로 옮기는 중이다
20대에 그린 그림을 발견했다
방바닥용 기름한지에 그린 그림인데
제목은 <어디로 갈거나>이다
사실 이 그림은 80년대 초 시대상황을 그린 것이었다.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민주화 세력이 항거하던 대결의 시대였다
어찌보면 싸움은 싸우는 자만의 것이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이나 나라나 구경꾼은 늘 구경꾼일 뿐이다.
그림 중앙의 발가벗은 아이는 나 자신이자 거창하게 우리 민족의 모습이기도 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갈거나>
난 이야기를 품은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에서 작가의 마음이 읽힐 때 그림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래서일까. 지금 보니
20대에도 그림 속에 이야기를 넣고 싶어 했다.
지금도 하고픈 이야기가 없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가장 큰 비극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미천한 나는
그 방법을 찾느라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홍도의 그림(씨름도)도 차용해 왔고
강희안의 그림(고사관수도)도 빌려왔다
그리고 가운데 나를 닮은 방황하는 어린 아이가 있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걸 보니 영양실조다
어디로 갈 꺼나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어디로 갈 꺼나 장지에 연필, 먹 1982년 칡뫼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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