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사람

[스크랩] 휴가 마치고 보낸 글 한줄

칡뫼 2015. 8. 10. 07:21

드디어 숙소 왔다. 신설동 풍물시장에서 면세담배를 두 보루 샀다. 단골집에서 한잔하고 부산 갔었지. 친구 만나서 맥주 마시고 자갈치 들렀지. 친구가 편의점 가자더니 담배를 사 주네. 담배 있다고 해도 기어코 산다네. 한 갑이면 된다고 했지. 근데 그 친구가 저 담배 몇 보루 있냐고 점원에게 물으니 한 보루밖에 없단다. 하필 내가 좋아 하는 담배가 왜 한 보루밖에 없는가. 잘하면 한 달치 담배를 공짜로 얻는 건데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지 않는가. 담배가 충분히 있으면 든든한 부자인데. 돈 떨어져도 담배는 있으니까. 그냥 거제 가기 서운하니까 자갈치시장 단골집에서 막걸리 한 병 마시고 거제 왔지. 자갈치는 언제 가도 정겨운 곳이다. 시원하다고 속으로 외쳐도 덥긴 덥다. 이리 더운데 조선소에서 어찌 일했나. 숙소 오니 편하다. 마치 여기가 집 같다. 아무도 없다. 오자마자 막걸리를 냉동실에 넣어 놨었지. 소장에게 전화했다. 하루 더 쉬겠다고. 사는덴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티뷔에서 드라마가 나온다. "여자를 울려" 인지 "파랑새의 집" 인지 헷갈린다. 헤피엔딩이네. 우리 인생의 마지막도 이렇게 좋은 장면이면 좋겠다. 오늘 다섯 끼를 먹었다. 아침에 집에서, 신설동에서, 서울역에서, 부산역에서, 자갈치시장에서. 여섯 끼를 채울까. 일주일 전 담근 깍두기가 맛이 들었을 게다.

출처 : I Love Fineart
글쓴이 : 칡뫼 김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