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유홍준 교수의 미술사 마지막 강의 날
일찍 나선 탓에 시간이 남아
거문고 명인 한별 김덕영 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인사동 통인가게 맞은 편 건물 5층이었는데
김선생님은 그곳에서 거문고와 가야금을 가르치신다
내가 한국인이면서 국악기를 잘 모르니
창피한 노릇 아닌가
궁금한 것을 여쭸더니 대청마루 구슬 쏟아져 구르듯
막힘 없는 말씀에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시어
참국사론을 펼치시는 분이시다
선생님에게 들은 악기에 대한 말씀을 기억나는대로 적어 본다
사진에서 맨 왼쪽이 거문고
나머지는 가아금인데
거문고는 줄이 여섯이고 가야금은 12줄이다
줄은 명주실을 엮어 쓰고 줄을 바치는 것을 괘라 하는 데
거문고는 16개 가야금은 12개다
거문고는 술대라는 것을 가지고 줄을 퉁겨 연주하는데 술대는 주
로 대나무(시누대)로 만들어 쓴다 술대로 줄을 내려칠때 닿는 부분은 가죽을 쓰는데
가죽은 악기를 보호하고 소리를 진정시키는 역활도 한다
예전 진짜 명품은 거북 등가죽을 썼다는데 귀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은 사용안한단다
악기 몸통은 주로 오동나무 밤나무를 사용하는데
나무의 자란 환경에 따라 악기마다 소리가 다르니
이 또한 동양의 자연 정신과 합일한다 하겠다
맨 오른쪽 가야금은 벌레 먹은 상태(우측 검은 구멍들)를
그대로 이용해 제작된 가야금이다
이건 세종대왕께서 만든 우리나라의 악보다
오음(궁상각치우), 오방색(흑백적청황), 오륜(인의예지신) 등
수에서 홀수는 동양정신과 맞닿아 있다
3, 7 9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의 시연과 나도 거문고를 안고 술대잡고 줄을 퉁겨 봤는데
어렵고 힘들지만 그 삼삼한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한글 사랑과 국악 사랑 나라사랑까지
올 곧는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계신
멋진 예인을 뵈었다
이 곳 저 것 공연장과 모임에서 수차례 뵌 선생님과
오랜만의 둘만의 오롯한
담소는 나에게 많은 정신적 넓이를 보태 주었다
부디 강건하시어 후학에게 참정신과 좋은 연주법을
널리 퍼뜨려 주시기를 빌어본다
- 사진 글 칡뫼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