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화가
대신 그려준 그림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어떤 이유에서 건 송00은 그림을 그려줬고 조영남은 손을 봐서 자기 그림이라고 사인을 한 것이 이번 일의 팩트다. 조수냐 아니냐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몇 퍼센트를 누가 그렸는지 또한 중요하지 않다.
빨리 많이 그리고 싶은 것도 작가 정신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맡기거나 조수를 써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림은 생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은 남이 손을 대는 순간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 자기 세계의 구현, 자신 만의 표현 방식, 세상을 보는 작가의 순수한 시선만이 인정받는다. 부족해도 그 자체로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배우는 자세도 조심스러운 것이 미술이다. 스승을 닮는 것조차 거부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이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자본의 논리가 적용된 이런 현상을 당연히 예술이 가야 하는 길 인양 바라보는 미술학자나 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정도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미술의 방향에 대한 수없는 의심과 반성이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은 그림의 숫자가 그리 중요했을까. 다작을 위해 조수를 두었으니 말이다. 작품보다 전시가 앞선 사례다. 송작가는 자기 그림으로 전시까지 한 사람이 자기 컨셉도 아닌 그림을 200여점 씩 그려줬다니 무엇 때문일까. 결국 두 사람 모두 돈에 영혼을 판 사이비 작가일 뿐이다.
그림은 손을 통해 진화하는 생명체다. 머리로 그려서는 그림이 안 된다. 자기만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노동일을 하거나 또 다른 일을 하며 부족한 시간에 괴로워하는 작가가 너무나 많다. 이번 일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각고의 노력으로 작픔을 대하는 어느 순간 예술의 신 뮤즈가 내 몸에 들어와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환희의 순간을 맛보아 봤는가? 작품을 명성이나 덧씌어 파는 상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세계다.
내 눈에 예술혼이 없는 조, 송. 그대들은 장사꾼일 뿐이다.
-칡뫼 김구-
-인터넷 매체에서 진중권씨의 논리에 대한 답글 중 일부-
지식과 팩트로 바라본 말씀 고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본질적 오류에 빠진 한사람입니다. 그 오류는 신앙 같아서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요. 팝아트,개념예술 등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저도 배우고 들은 지식이지만 사실은 인정하되 깊은 공감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본질오류에 빠진 작가를 사랑하죠.
결국 이번 일은 본질적 오류에 빠진 대다수 대중 앞에서 손가락질 받을 일이 될 줄 모르고 한 행동이 죄라면 죄겠네요. 사람에게 팩트보다 중요한 건 감정일 겁니다. 헬조선말고 뉴욕에서 작업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진중권씨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