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와서

국립현대미술 과천관에 다녀와서

칡뫼 2018. 1. 7. 15:47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네요. 영국 작가 리차드 해밀턴의 작품을 만나려고요.

명색이 화가라면서 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도 외국 미술관이나 전시를 수시로 찾을 수도 없고

결국 이미지 파일로 만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명망 있는 작가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일부로 찾게 되죠.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은 참 가까우면서도 먼 미술관입니다

들어가면서 만나는 구절양장 같은 길은 좋은 작품 보려면 이런 수고는 해야 한다는 건지?

아무튼 거리보다 늘 멀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리차드 해밀턴, 이름대로 세상을 비틀어 보는 시선이 신선했습니다.

현대인의 삶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시각적 언어로 일찌감치 풀어낸 작품들은 작가의 세계관이 지극히 까칠한데서 출발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히 여러 각도로 풀어헤쳐 본 믹 재거와 화상 로버트 프레이저가 마약 소지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을 그린 연작은 몇년에 걸쳐 작업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수갑을 물감이 아닌 은도금한 금속으로 표현한데서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네요.

팝아트 작가답게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인 소재를 가감없이 차용하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워낙 알려진 작가니 작은 지면에 이만하고요

 

해밀턴의 작품보다 사실 더 감동을 받은 것은 같은 층에서 열리고 있는 역사를 몸으로 담다전이었습니다.

작가마다 정말 할 이야기가 많지만 쉽게 와 닿는 퍼포먼스 작품은 장후안의 가계도와 프란시스 안리스의 실천의 모순이었습니다.

이미 보신분도 계시겠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장후안의 작품은 인간의 자아, 혹은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보였네요.


멀쩡한 얼굴에 문자를 써 넣고 그 과정이 심화 될수록 결국 눈동자와 입만 남는 검은 얼굴.

처음 자신의 모습(얼굴)이 사라진 또 다른 얼굴이 보여 지는 것이지요.

여기서 얼굴에 써 넣는 문자는 어쩜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습득하는 인식 또는 지식 사회적 관계 들,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겠죠.

결국 그로 인해 사라지는 자신의  본질?  그 과정을 단순하지만 극명하게 구현한 작품으로 감동이었네요.

결국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이 남겼죠. ‘산다는 건 뭘까란 질문도 할 수 있고요. 그 외에도 많겠지만.


이어서 쉽게 다가온 퍼포먼스는 얼음을 밀고 다니는 프란시스 안리스의 작품 실천의 모순이었는데요

작가는 두꺼운 얼음을 땅바닥에 놓고 계속 밀고 다닙니다. 어찌 될까요. 결국은 녹고 닳아 아무것도 안 남는 결말이겠죠.

우리가 살려고 발버둥 치며 스스로 성취했다며 자위하는 그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보여줍니다.

간단한 행위로요.


이 분 작품을 보며 떠오른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년 전에 이태원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 작품 오하이오 극장이란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역시 인간의 행위에 대한 무상함을 찍어 보여주고 있죠.

어두운 극장에서 연극이나 오페라가 공연될 때 시작과 함께 조리개를 열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조리개를 닫는 사진 작업이죠.

어쩜 시간을 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럼 현상된 사진에는 뭐가 남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대 위에서 사랑하고 증오하고 발버둥 친 인간군상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덩그렁이 무대만 남는 작품이죠.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요. 살면서 행한 모든 몸짓은 어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봅니다.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인거죠.

미술이 뭘까요 글쎄요. 우리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대답이 아닐까요.

현대미술은 지금 이 질문 속에 있지 싶네요.

그래야 주목 받는 것도 또한 현실이고요.

복잡한 세상일 수록 자아를 상실하는 현실에 예술이 가야할 당연한 귀결일 겁니다

좋은 작품은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죠.

책 한 권을 작품 한 점에 담았다 할까요.



참 4층에서 열리는 '층과 사이'란 판화 작품전과 '균열'이란 소장작품전도 좋았습니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절대 한번에  소화 안되거든요.

여러차례 가보고 싶지만  전 엄두가 안납니다 

솔직히 과천은~~







                                          




                                         이상은  해밀턴 작품






장후안



프란시스 알리스




                                                                                  히로시 스키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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