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단단하고 잘 변하지 않으며 묵직해서 일까.
선사시대부터 인간과 가까운 것이 돌이었다. 돌중에 손에 쥐기 좋고 다루기 좋은 크기의 돌이 늘 인기였다. 주먹도끼가 그 예이다.
적당한 크기의 돌은 지금까지도 쓸모가 많다. 고만고만한 돌중에 으뜸을 우리는 짱돌이라 불렀다.
그 짱돌은 자신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했고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사용한 돌은 무기이기도 했다.
그런 돌의 사용처를 찾아 작품전을 꾸린 전시가 있다.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태호 작가의 '근대 짱돌의 역사전' (2월 13일까지)이다.
역사박물관의 돌 진열장처럼 늘어놓은 전시작은 밋밋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의외의 결과를 도출해 낸다. 돌 하나하나에 우린 근현대사의 족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을 놓고 인물과 사건을 인위적으로 연결시킨 것으로 끝났으면 작품이 아니다. 선별된 짱돌의 이미지가 놀랍게 그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황에 맞는 돌을 골라낸 작가의 안목이 놀랍다. 그 시선 덕에 공감대를 이루고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결국 작가의 이미지 선택 능력이 짱돌이라는 돌 하나로 근현대사를 되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주변의 흔한 돌 일지라도 나름 시간을 담고 사건을 목도했으며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우리 주변의 돌은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작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선별한 인물과 사건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좋은 작품은 이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추운 날씨를 뚫고 전시작을 본 나에게 어제
전시장의 돌은 이제 그냥 돌이 아니라 살아 온 시대를 증언하는 사리가 되었다.
-근대 짱돌의 역사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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