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스케치

박철시인의 노작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칡뫼 2018. 10. 21. 09:17


나 죽도록

너를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박철 시인의 '사랑'이란 시다

 

사람이 살면서

죽도록 해보는 일이 그 얼마나 될까

시인은 시를 쓰면서 늘 고만큼 모자랐다고 자책한 삶이

일가를 이루고 인정을 받았다

박철시인의 노작 홍사용 문학상 수상식에 다녀왔다

 

풍경의 세부를 가득 품은 채 근원적인 것들의 소리를 예민하게 들으면서

세상의 밑바닥을 투시하곤 했다

'김포'라는 지역을 중심에 두고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이 자리에서 부끄러움과

싸워 온 시간의 흔적을 탐사해 온 것이다.

이번 시집(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은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사랑도 노동"임을 깨달아 가면서 자신의 시를 지극한 사랑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 성취를 보여 주었다

이번 문학상의 심사평 중 일부다

 

살면서 사랑을 만나고 사랑을 실천하다 가는 것이

인생이다진한 사랑만이 사랑이 아님을 우린 안다

하지만 그의 수상 소감에 말했듯이 깊은 사랑의 경지는 고통이 따른다.

 

한 사람이 외길을 간다는 것은

헤아려 보면 기가 막힌 일이지 싶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고 또 수많은 얼굴들이 있으텐데

그것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방기를 넘어 죄악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시인은 말했다

그래도 그 죄악이

또 다른 눈물 많은 인생에게 감동과  삶의 용기를 부여한다면

외길 인생도 가볼만한 길이 아니겠는가.

 

노작 홍사용선생의 시에 나오는 왕은 눈물의 왕이다. 울보다

시인 자신이며 설움을 삭이며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박시인이  그동안 받은 문학상의 주인공

천상병 백석 그리고 홍사용 선생의 시를 인용한

"괜찮소 괜찮소 다 괞찮소 외롭고 쓸쓸해도, 나는 왕이로소이다"

수상 소감처럼 열심히 사는 우리 모두가 사실 왕인 것이다

박철시인의 노작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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