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도토리거위벌레

칡뫼 2019. 8. 18. 13:03


아침 바람이 달라졌네요

어린 시절 고향집에는 참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마당 곁에는 당산나무 만큼 커다란 참나무도 있었고요

비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스레 장마가 끝나고 매미가 울 때면

바람 없이도 잘린 참나무 잔가지가 마당에 그득 했죠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가지에는 덜 여문 도토리가 한 두 개씩 꼭 달려 있어서였죠.

가을이면 도토리를 주워 어머니께서 도토리묵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지났는데

좋아하던 식물공부를 하다 몇 해 전 우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

올해도 제 작업실 주변 참나무여지없이 나타나 작업을 해 놨네요.

오늘아침 잘린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그득합니다.

그 놈은 연한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고 주둥이로 잔가지를 수 시간에 걸쳐 잘라낸다는 사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도토리 속에서 알이 깨어나고

애벌레는 양분을 섭취하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나고 

기어 나와 어른이 된 거위벌레는 

다시 참나무에 올라가 사랑을 하고 알을 낳고....

그런 세월을 수 만년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유전자를 그렇게 지켜냈을 겁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매미도 마찬가지로 생활사가 끔찍합니다.

땅속에서 몇 년을 살다 나와 잠시 울고 사랑하다 간다나.

곤충, 저들은 과연 행복이 뭔지 알까

생명은 그 자체가 고통의 연속 복제를 위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 말처럼 유전자가

우릴 그렇게 조종하는지도 모릅니다.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살아.”

어쩜 우리가 눈치보고 사는 직장상사나 마누라 그리고 자식들 뒤에는

음흉한 DNA가 숨어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맙시다. 힘들게 애쓰지 말자고요.

"그런데 쓰르라미야 넌 왜 그리 서럽게 우니"

오늘따라 되게 시끄럽네요.

-그림을 그리면서 든 엉뚱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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