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뼉다귀집을 아시는지요
지금은 헐리고 없어진 양동 골목에 있었지요
구정물이 뚝뚝 듣는 주인 할머니는
새벽이면 남대문 시장바닥에서 줏어온
돼지뼈를 고아서 술국밥으로 파는 술집이었지요
뉘 입에선지 모르지만 그냥 뼉다귀집으로 불리우는
그런 술집이지만요
어쩌다 살점이라도 뜯고 싶은 사람이 들렀다가는
찌그러진 그릇과 곰팡내 나는 술청 안을
파리와 바퀴벌레들이 거미줄의 현을 고르며 유유롭고
훔친 자리를 도리어 더럽힐 것 같은
걸레 한웅큼 할머니의 꼴을 보고는 질겁을 하고
뒤돌아서는 그런 술집이지만요
첫새벽 할머니는 뼉다귀를 뿌연 뼛물이 우러나오도록
고아서 종일토록 뿌연 뼛물이 희게 맑아질 때까지
맑아진 뼛물이 다시 투명해질 때까지
밤새도록 푹 고아서 아침이 오면
어쩌다 붙은 살점까지도 국물이 되어버린
그 뼉다귀를 핥기 위해
뼈만 앙상한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지요
날품팔이지게꾼부랑자쪼록꾼뚜쟁이시라이꾼날라리똥치꼬지꾼
오로지 몸을 버려야 오늘을 살아남을 그런 사람들에게
몸 보하는 디는 요 궁물이 제일이랑께 하며
언제나 반겨 맞아주는 할머니를 보면요
양동이 이 땅의 조그만 종기일 때부터
곪아 난치의 환부가 되어버린 오늘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뼉다귀를 고으며 늙어온 할머니의
뼛국물을 할짝이며
우리는 얼마나 그 국물이 되고 싶었던지
뼉다귀 하나로 펄펄 끓는 국물 속에 얼마나
분신하고 싶었던지, 지금은 힐튼 호텔의 휘황한 불빛이
머큐롬처럼 쏟아져 내리고, 포크레인이 환부를 긁어내고
거기 균처럼 꿈틀거리던 사람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어둠 속, 이 땅
어디엔가 반드시 살아있을 양동의
그 뼉다귀집을 아시는지요
陽洞詩篇 2 ― 뼉다귀집
김 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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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전시장에 시인 김신용 선생님이 오셨다
나가시는 걸음 거리에서 마주치니 아슬함에 소중한 인연이 따로 없다.
핸드폰이 없으시다
쓸쓸한 일요일 저녁나절
간단 술에 하시는 말씀이 뼉다귀에 박힌다
작가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 나는 나로 인해 증명될까
밖을 본들 드러날까
내 안의 타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늘 선배 지인으로 부터 배우는 나는 오늘도 고마운 인연이 눈물겹다
깊은 사유의 바다에 나는 언제 다다를까
말씀에 젖어 사진하나
못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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