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말이 없다. 숨도 쉬지 않고 먹을 수도 없으며 웃지도 않는다. 그냥 물物 자체다. 무無다. 작가의 힘으로 탄생했지만 생명이 없다. 타자의 시선을 받는 순간 어두운 땅을 뚫고 존재를 드러내는 새싹처럼 생명을 얻는다. 살아 숨 쉰다. 천개의 얼굴로 보는 사람에게 웃고 울어 줄 뿐이다.
너와 나는 한 몸이었다. 그곳은 언제나 우리들의 마당이었고 빼앗고 빼앗기는 곳이 아니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거대한 욕망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그 힘은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하고 서로를 적으로 만들었다. 형제를 죽였으며 가족을 해체했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 하나가 될까. 함께 뛰어 놀자. 어린이가 되자. 까르르 웃으며 현재를 살자. 과거를 금과옥조로 사는 어른은 되지 말자.
철원에서
162X112cm
한지먹채색
'2020년 슬프다 !?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대전을 끝내고 (0) | 2020.01.22 |
---|---|
김신용시인 (0) | 2020.01.13 |
칡뫼 김구 '슬프다전' (0) | 2019.12.22 |
서울에서 (0) | 2019.12.15 |
반가사유 (0) | 2019.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