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와서

이동환 전

칡뫼 2020. 6. 19. 16:43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나 자기만의 사유를 이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이 없어도 좋다. 작품은 세상에 던져진 하나의 표상이고 그 해석은 관람자의 몫이다. 물론 작가의 작업 방식이나 방향성, 이미지, 작가의 과거행적 등 관심사항은 보는 사람의 전이해와 깊은 연관이 있겠다.

화염에 불탄 잔해 속에 사람이 있다
여자인가 했지만 가만보니 팔 잘린 인형이다. 시커멓게 불에 탄 대들보며 버팀목들이 이리저리 어지럽다. 온통 냇내가 진동하는 검은 세상에 저 멀리 창으로 밖이 보인다. 이곳에 누워있는 하얀 물체는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본 ‘고래뱃속’이란 이동환 작가의 작품 이미지다. 제목이 낯설다. 갈빗대처럼 엇갈린 잔해더미, 어두운 공간, 암담한 현실, 저 멀리 보이는 숨구멍, 그러고 보니 고래뱃속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사는 곳이다. 커다란 감옥이다. 어찌 살아야 하나. 팔 없는 인형처럼 아무것도 내 손으로 할 수 없다. 무기력한 존재다. 그래서 숨만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삶은 과연 긍정일까.
우린 주사위처럼 이 세상에 내 던져진 존재다. 하지만 그곳은 유감스럽게도 낙원이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고래 뱃속 인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삶의 원점이다

우린 어려서 고래에게 잡혀 먹힌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거나 한 번쯤은 상상을 하고 살았다. 물론 성경에 나오는 요나 이야기가 원조겠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살아남는다. 작가는 그 점을 생각했을까
하지만 이 그림은 다음을 기약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차갑게 우리들의 모습을 화석처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처한 존재의 현사실성이다.
그래서 더 끌린다

 

-칡뫼 그림 멋대로 읽기-

 

이동환 작가 FROM ZERO 전 갤러리 제이콥1212 7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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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그림 첫번째

고래뱃속

206x146cm

장지, 수간채, 목탄,

이동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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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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