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연작

서탑書塔의 나라

칡뫼 2024. 9. 26. 11:36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을 물었던 본능 외에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익힌다.
인간의 말은 소통이면서 명령이다. 우리는 말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발명했다. 금석문을 비롯 수많은 책에 저장된 인간의 말은 세상을 유지하는 질서가 되었다. 신도 그 속에 있었고 인간도 그 속에 살았다. 우리는 문자가 가르치는 것을 기억했고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해서 보이지 않는 천국도 보았고 지옥도 상상해 냈다. 나약한 인간은
책이 지시하는 대로 살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상스레 그러할수록 세상은 무지막지해졌다.


1
책에서 나를 찾고자 했으나 어느 순간 책은 우리를 버리고 있다. 책을 도구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챙긴 자들이 세상을 황무지로 만들고 있다. 전쟁은 일상이고 인간은 자본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낙오자를 방치하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 우리를 이끌던 책은 결국 거짓이었다. 허상일 뿐이었다. 신처럼 받들던 책은 그래서 또 하나의 우상이 되었다. 책 속에는 어떤 생명도 살지 못한다. 가끔 책벌레가 살뿐이다.

2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상사를 보면 과연
책이란 무엇인가. 책 속에 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는 과연 이 세상을 바르게 하고 있는가. 학문을 숭상하고 지식을 욕망하며 정보를 많이 가진 자들. 책벌 레들이 세상을 망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순간 책은 탑이 되었으며 아슬아슬하게 서있을 뿐이다.
사람이란 살다에 바탕을 둔 말로(한국말 학자 최봉영) 주변을 살리는 임자를 뜻한다. 정보,지식을 채우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황무지, 우상의 벌판
칡뫼김구 개인전
2024년 11월 13일~11월 25일까지
후원 서울문화재단
인사동 나무아트


서탑書塔의 나라
162.2 ×130.3cm
한지 먹 채색
칡뫼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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