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의 요건 / 박양근(수필가, 평론가, 부경대 교수)
좋은 수필은 시적이고 소설적이며 드라마틱하다. 시보다 영감이 넘치며 소설보다 더 구성력이 뛰어나고 드라마 보다 더 현장감이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그러면서 수필은 문학철학으로서 사상과 철학을 담되 딱딱한 외골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새머니즘에 가까운 영적 소통으로 자연애를 그려내되 신화나 생물학이 아니어야한다.
수필의 문학성은 무엇보다 언술을 격조 높게 발전시키는 데 있다. 진솔한 수필은 부끄러운 역점, 잘못된 실수, 숨기고 싶은 결점을 포함하여 자신의 모든 면을 진지하게 성찰하여 표현해준다. 그러면서 서사를 전개시키는 구성, 적절한 비유, 신선하고 유연한 문체를 통해 체험을 형상화하고 의미화 한다면 좋은 수필로 도약하게 된다. 수필은 독자에게 춘풍처럼 부드럽게 속삭이고 때로는 날선 비수처럼 폐부를 찌르고 때로는 가을 낙엽처럼 처연한 몸놀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필은 팔방미인과 같은 것이다. 얕은 재주를 다양하게 지닌 수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8개의 장점을 갖춘 수필을 말한다. 그것은 압축성, 독창성, 절제성, 체험성, 소통성, 서사성, 그리고 심미성 이다. 달리 말하면 수필에는 4차원이 충족되어야한다.
1차원은 신변이나 신체를 친구나 이웃에게 담담하게 털어놓는 고백의 진지성을 말한다. 기발하기만 한 문장은 진솔하지 못하며 헤픈 넋두리는 잡문이 되기 싶다. 문학적인 인간은 일상의 다양성, 수용의 다양성, 지식의 다양성, 그리고 표현의 다양성을 통해 자기의 영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내가 하니까 개성’이 아니라 ‘나만 할 수 있으니까’ 개성이다. 다양한 문학의 재료인 인생을 자기의 색깔로 서술하여야 자조와 자성과 자각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수필을 최고의 인생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차원은 지적 생산적을 가진 수필은 말한다. 케케묵은 지식이나 피상적 개념으로 짜깁기한 글은 인상미(Impression)가 부족하다. 산문으로서 수필은 신선한 지성, 객관, 논리, 경험이 있어야 한다. 수필은 아는 것만큼 쓴다고 하듯이 박학다식한 읽을거리가 있어야 독자가 공감하고 생각할 거리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지식이 흩어진 낟가리 같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3차원은 연륜의 향기가 풍겨나야 한다. 연륜이라 함은 인공적인 지식이나 싸구려 감정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과 사물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과 관용을 말한다. 과거의 체험을 반추하여 현재와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기고 하다. 이럴 때 그 수필은 미래와 우주를 꿰뚫어내는 통찰을 갖는 글이 된다.
4차원은 적절한 미적 구조와 미학성을 구축하려는 예술가적 소명감을 지니는 경우다. 시적 요소인 미래, 이상, 감각, 사색, 감성, 직관이 수반되는 이 단계에 서는 수필의 완성단계인 예술수필이 나타난다. 지정의(知情意)가 서권기(書券氣)를 얻어 문자향(文字香)을 발하고 우주를 읽어내는 투시력(透視力)을 모두 지닐 수 있다는 말이다.
잡문수필가가 현시욕(現時慾)을 바라고 저자수필가는 서권력(書卷力)을 추구한다면 작가수필가는 문자향(文字香)을 가지며 마지막으로 예술가수필가는 예영기(藝靈氣)를 가진다고 하겠다.
'문학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지 말아야 할 어투들 (0) | 2013.08.27 |
---|---|
상소리 '교양학'(?) (0) | 2013.07.13 |
[스크랩] 반숙자의 `수필로 쓴 나의 수필론`? (0) | 2012.10.30 |
[스크랩] 한국수필 이렇게 달라져야/김우종 (0) | 2012.10.30 |
김홍근 교수의 문학평론 수필에 대해 (0) | 2012.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