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나는 작품과 소통의 문제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결국 예술작품도 "정신적소통이 안 이루어지면 작가의 정신과 생각은 더 이상 공명이 없다" 이 명제에 깊이 빠져 있던 난
인디영화 한편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현장에 내가 있는것을 깨달았다. 전부터 집에 배달되던 영화잡지에서 봐야할 영화로
점찍고 있던 바로 이 영화가 요즘 대중성을 획득하고 이제는 무관심층도 관심층으로 끌어들이는 단계에 이른것이다.
여러모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난 극장에 앉아 있었다.
우리집 소는 꼬리가 중간쯤에서 잘린 누렁이였다. 할아버지께서 우시장에서 사오셨는데 꼬리 잘린 관계로 싸게 흥정하여
집으로 가져오신 소 누렁이,난 그 소를 끌고 소 풀 뜯기러 동네 산 큰골로 가곤했다. 그 소는 꼬리가 잘린 관계로 쇠파리를
잘 쫒지 못해 항상 파리에 시달리던 소여서 난 들가에 핀 개망초를 뽑아 파리를 쫒아주곤 했던 생각이 난다.
서울로 전학와서도 방학때만 되면 소 풀먹이러 산에 데려가곤 하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친구소와 비견하여 꼬리없어
놀림 받을때면 얼굴과 머리에 난 뿔이 누구네집 소보다도 멋져 그래도 속으로 "우리집 소가 최고"야 했다. 실은 누렁이는
내가 파리를 쫒아줄때면 입에 풀을 먹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던 소의 큰 눈 그 눈에 어린 나는 깊이 빠져 있었다.
말없이 고마워 하면서 이해심 많은, 낮은 자세에서 어떤 댓가도 수용할수 있다는, 무저항과 사랑으로 가득찬 슬픈눈에
깊이 젖어 있었다. 그 소는 몇해 뒤 방학때 부터는 볼수가 없었다.
이런 어린시절을 간직한 나는 누렁이를 다시보고 싶은 마음이 이 영화를 보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음을 영화를 보고
나와서야 알았다..영화는 탑전에 불공드리는 노부부로 부터 시작되지만 곧이어 소와 늙은 농부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이유도 없이 벌써 난 눈물이 났다. 거기에 내 유년시절의 누렁이가 있었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계속해서 현실적인 할머니 그리고 그사이에서 조용히 두사람을 지켜보며 묵언수행을 하는 것 같은
누렁이 이들은 영화에서 많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수의사의 말 "1년 뿐이 못살아요" 여기에 이말에 낙심하는 표정 우리들의
할아버지요 아버지, 할머니요 어머니의 얼굴이다. 불편한 노구의 할아버지의 발이 되어주고 농사꾼 친구가 되어준 소는
늙어 천수를 다하고도 남은 40년 됐다는 말에 죽음이 임박했음을 수의사의 말이 아니어도 카메라는 관객을 위해 마르고
늙어있음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계속되는 일상, 느림, 반복된 생활이지만 이상스레 계속 다음 장면이 기다려 지는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
아닌가한다. 물론 카메라는 봄부터 겨울까지 장면을 분할 지루함도 없애 줬지만 카메라 기법만은 아니었다. 소먹이를
끝까지 당신손으로 해결하는 할아버지의 성실함 계속되는 투정속에서도 내면에 사랑을 담고 계신 할머니 그리고 묵묵히
하는일을 하는 소 영화의 중심축은 결국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폭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외계인이 나오지도 않고
슈퍼맨도 없다. 우리내 일상이다.
영화속에 오르내림이 있다면 소가 곧 죽음이 임박하다는 말에 할아버지가 사온 예쁜 여자소 그리고 분만 늙은소와
어린소의 약간의 갈등 먹이다툼 그리고 어린 송아지 자기 엄마 제쳐두고 늙은소에 가까이 한다는일상 장면, 또 친척들
방문후 소를 팔자라는 여론에 우시장으로 소팔러가는 할아버지 이곳이 가장 큰 갈등구조 결국 다시 데려오지만, 늙고
힘들어 비틀거리는 소걸음에서 우리들의 일상도 저러하지 않나, 자기운명을 암시한 우시장에서의 소의 눈물에서는
관객도 울지 않을수 없다
그렇게 세월은흘러 소가 임종을 한다 할아버지가 소를 위해 풀을 베던 조선낫 그 낫으로 목에 감긴 소고삐와 코뚜레를
벗겨주는 장면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죽음에 이르러 삶의 질곡에서 벗어나는구나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삶은 고달프지만 세월은 가는거고 끝내 막은 내리는것 하지만 밭두렁 옆 외로운 고목에서 할아버지 넋놓고 앉아 소 목에
걸려 있던 워낭을 쥐고 상념에 젖어있는 모습, 죽은 소를 그리워 하는 표정은 내 머릿속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덩그렁 덩그렁 -워낭소리와 함께---
그럼 과연 이 영화가 왜 감동이 있을까 되 새겨본다. 나에게 그 답은 하나로 보인다 , 쉬운 시각적 언어와 진정성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어느 누구도 사심없는 모습으로 끝가지 일관한다. 남들은 쉬운 농법으로 할때 농약치면 소에 해롭다고
예전농법 고집하는 모습, 사료로 소먹이 주라 할때 아파도 끝까지 소꼴베어 죽 쒀 먹이는 모습 결국 진정성의 문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알기쉽게 삶의 진솔함을 들춰내고 있다. 우리네 삶에서 진정성이 없다면 어찌살겠나. 삶이
이러할진데 예술작품은 더 말해 무엇하리.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 반대의 삶속에 살고
있다는것을 또 다른 모습으로 증명하고 있다.
진정어린 삶의 태도는 같이 영화를 본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내와 딸,아들에게도 눈물을 흘리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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