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와서

그림이야기-----분단시대---

칡뫼 2009. 6. 27. 14:47

아버님

요즘 바쁘시다.

재향군인회다, 국가유공자회다, 참전용사회다

6월에는 바쁘시다.

 

아버님은 6.25 참전 용사다

아버님이 가장 아끼는 표창은 화랑무공훈장이다

난 어려서 전쟁 참전이야기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6월25일 일요일

38선이 가까운 김포가 집이셨던 아버님은

휴가차 집에 온 자식위해 밤새워 두부 만드시던 할머님의 자식사랑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새벽에 포성이 울리고 전쟁이 터졌다.

어머님이 해주신 순두부 한그릇도 제대로 못 잡숫고 귀대--

그리고 아비규환,가족의 피난살이,적정에 갇힌 가족에게 아버님은 국방군,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

그리고 다시 인천상륙작전으로 가족의 안녕이 보장되어-  중략--1.4후퇴--그리고 휴전--귀향-

나도 태어났고 우리의 가족사는 이어진거다--라는 이야기까지

소설책을 쓰고도 남는다

 

나의 머리속에는 이때부터 커다란 선이 그어져 있었다

38선과 휴전선이 ,

두선이 다름은 머리가 조금 커져서야  하나는 직선이고 하나는 곡선임을 알았다

그리고 어느때부터인지 위쪽은 붉은색이 남쪽에는 파란색이 칠해졌으며

태극기의 태극문양이 우리민족의 팔자소관으로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원죄의식처럼 분단을 안고 산다

숙명일까 운명일까 모든행위 그리고 행동이 이루어 지고나면 항상 분단의 질곡이 나를 엄습했다.

군대가 그렇고 예비군이 그렇고 또 우리 주변 삶이 그렇다

스포츠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여행이 그렇다

 

분단, 

태어나면서 세상에 눈뜨고 뭔가 행위가 이루어 지는순간

우린 갈린다  아니 스스로 몽유환자처럼 이유없이 가른다

직책의 상하,돈의 많고적음,배움의차이와 배운곳의차이,태어난곳의 다름,등등

우리들의 차이와 다름은 어느새 굵은선이 머리속에 그어지며 철조망이 쳐지고

차이가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  우리편이냐 다른편이냐가 된다

 

말과 글이 같고 생김새도 같으며 먼 조상도 같은 우리 한민족은

서로 원수가 되어 오늘도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분단이란 현실속에서 태어난 사람들만 남는다

한민족 한계레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실제 삶에서의 경험이 아니고 머리에 그림만 그리고 사는 사람만 남는다

더이상 발품으로 한반도를 누볐던 고산자(김정호)의 후예는 사라지는것이다.

이런 현실이 두렵다-

이로 인하여 태어나면서 각인되어진 잠재적 분단의식이 생활 전반에 자리매김할까 두렵다

생각 행동이 편가르고 나누는 의식이 고착화 되어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 될까봐 두렵다

 

다락에 올라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먼지투성이 액자속에서 그림 몇점을 찿아 가지고 내려왔다

20여년전 작품이다 

한참 민족에 눈뜨고 한반도 이남에 발자취를 남기며 여행하고 미래를 고민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과거의 의식으로 그린그림이 지금도 이시대를 관통할까

이도 궁금했지만 지금 현실에서  이 그림을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가 궁금했다

먼지털고 그림을 본다 

작품의 의도는 제대로 표현이 안돼 어설프고 졸작이지만

당시와 한치도 변하지않은 현실은 작품이상으로 나에게 놀라움을 안긴다

 

분단은 우리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촛불집회때 아버님은 세종로로 가시고

나는 마음이 서울광장으로 향했었다

 

그 사이에는  전경버스가 굵은 선이되어 분단의 벽을 쌓고 있었다

 

그러나 때가되면 밥상에 둘러앉아

아버지와 나는 식사를 같이하는 사랑하는 가족이다.

 

 

                                                                                                                                    

                           분단시대           64  X  83  cm             1984 년             칡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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