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무엇을 그릴까. 무엇이 좋은 그림일까 질문했지만 늘 답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은 미술을 동서양으로 가르고 장르로도 구별하고 표현된 스타일로 나누고 제작 방식으로 정리하고 또 개념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곳에 미술의 답은 있지 않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할 뿐이다. 나 또한 내가 바라본 세상을 그릴뿐이다. 가끔 반구대 암각화를 찾곤 했다. 그림의 시원을 찾고 싶었다. 무엇이 그림을 그리게 했을까? 내 나름의 답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곳에 새겨진 그림이 지향한 것은 감각적 표현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삶, 세상 이야기의 구현이었다. 자신을 대상에 함몰시킨 것이 아니라 대상을 동원해 자신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은 시작부터 지극히 주체적이고 이성적이었다는 말이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