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熱帶夜) / 칡뫼
단독주택
졸립고 피곤한 고3 수험생
선풍기 더운 바람에 비질비질 땀 흘린다
책표지도 끈적이고 대학 꿈도 눅눅하다
눈에 총기 없어진 지 오래다
옥탑방
비정규직 젊은이
물 끼얹고 들어선 지 방금인데
다시 물바가지 소리
요란하고
풍진세상
성실 하나로 버틴
순돌이 아빠
한잔 술 늦은 귀가, 의부증 아내와 대두리 한 판
휴우- 한숨,
벌떡 일어나 앉아 담배 물고 또 휴우-
가슴 속 열불에
굴뚝 같은 입에서 연기가 난다
반지하
아들네 얹혀 사는 팔순할매
속저고리 벗고 앉아 부채질한다
할 일 다해 축 늘어진 젖가슴이
거미줄에 죽어달린 에미거미 껍질처럼
부채따라 건들 건들-
처진 눈꺼풀 속 고향 느티나무 보이는데
더워도 솟구치는 욕정
구두쇠 집주인조차 오늘은 아니다 싶은지
에어컨 밤새 돌고
실외기로 뱉어내는 끈적한 사랑냄새
채 한평이 안되는 화단 속 상사화,
깜작놀라 어느사이
뱀 대가리마냥 꽃대궁을 불쑥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