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열대야(熱帶夜)

칡뫼 2010. 8. 5. 23:40

 

 

열대야(熱帶夜)        /  칡뫼

 

 

단독주택

졸립고 피곤한 고3 수험생

선풍기 더운 바람에  비질비질 땀 흘린다

책표지도 끈적이고 대학 꿈도 눅눅하다

눈에 총기 없어진 지 오래다

 

옥탑방

비정규직 젊은이

물 끼얹고 들어선 지 방금인데

다시 물바가지 소리

요란하고

 

풍진세상

성실 하나로 버틴

순돌이 아빠

한잔 술 늦은 귀가, 의부증 아내와 대두리 한 판

휴우- 한숨,

벌떡 일어나 앉아 담배 물고 또 휴우-

가슴 속 열불에 

굴뚝 같은 입에서 연기가 난다

 

반지하

아들네 얹혀 사는 팔순할매

속저고리 벗고 앉아 부채질한다

할 일 다해 축 늘어진 젖가슴이

거미줄에 죽어달린 에미거미 껍질처럼

부채따라 건들 건들-

처진 눈꺼풀 속 고향 느티나무 보이는데

 

더워도 솟구치는 욕정 

구두쇠 집주인조차  오늘은 아니다 싶은지

에어컨 밤새 돌고

실외기로 뱉어내는 끈적한 사랑냄새

채 한평이 안되는 화단 속 상사화,

깜작놀라  어느사이

뱀 대가리마냥 꽃대궁을 불쑥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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