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연미정

칡뫼 2020. 7. 31. 08:34


요즘 고향동네 김포 강화가 이런저런 일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얼마 전에는 전단 살포로, 이번에는 탈북했던 청년이 다시 월북 한 사건으로 시끄럽다.
맨몸으로 수영하여 도강했다니 남과 북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실감이 난다.
실제로 그가 월북한 연미정에서 북한 땅은 강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동네로 정말 가깝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 오두산에는 통일 전망대가 있고 두 강물이 서로 만나 서해로 흐르는 곳이 조강이다. 예전 조강 포구 가까운 곳에는 다시 애기봉 전망대가 있다. 조강리 건너엔 하조강리가 있는데
북한 땅이다. 조강은 흘러 강화도를 만나는데 그 길목이 월곶진으로 고려시대부터 군사요충지이다. 그곳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바로 연미정(燕尾亭)이다. 그곳에서 조강은 김포와 강화도 사이 염하로 갈라지는데 그 모습이 제비꼬리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다시 연미정에서 강화도 북단으로 올라가면 제석봉에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다.
모두 북한 땅을 가까이 마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실향민들에게는 성소나 다름없다.

지금 연미정 앞 조강은 접경지역이라 배 한 척 없는 무인지대이지만 예전에는 물산 이동의 길목이었다. 한양 마포나루로 향하던 크고 작은 배들이 연미정 앞에 머물러 물 때를 기다리다 보니 모든 나루가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다.

얼마 전 k옥션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비단에 그려진 12폭 병풍 강화 행렬도를 만났다. 상당히 큰 그림이었는데
작가 미상이지만 수준이 도화서 화원들 솜씨로 보였다.
원래 강화 행렬도는 북한 펑양조선미술관 소장작품이 원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만난 것은 그 모사작이지 싶다. 이 그림은 농사꾼이었던 강화도령 철종을 궁으로 모셔 올리는 장면으로 일종의 기록화이다.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거기에도 연미정이 있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연의 강화 김포 한강 임진강은 우리 민족의 터전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복판이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도 알고 보면 서울 한양의 목줄인
한강 길목을 노린 침범이었다.

기록을 봐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백 수천 척의 배가 떠다니고 나루마다 성시를 이루던 과거 한강하구 조강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눠져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지역이 되었다
땅도 물도 하늘도 하나인데
우리만 둘로 나뉘어 산다
슬프고 슬픈 일이다.

끝으로 강화 선비
화남 고재형(華南 高在亨, 1846~1916) 선생의 연미조범(鷰尾漕帆) 시로 글을 맺는다
20세기 초 연미정 풍광이다

燕尾亭高二水中
연미정 높이 섰네 두 강물 사이에
三南漕路檻前通
삼남지방 조운 길이 난간 앞에 통했었네
浮浮千帆今何在
떠다니던 천 척의 배는 지금 어디 있나,
想是我朝淳古風
생각건대 우리나라 순후한 옛 풍광이었는데.

김포 문수산에서 바라본 연미정
강건너 맨아래 흰 부분
오른쪽상단은 북한땅 개풍군

병인양요때 종군화가 쥐베르가 그린
강화도성

강화도 옛그림 연미정 부분

k옥션에서
강화행렬도

강화행렬도에서 연미정 부분

강화고려도성 북장대에 올라 송악산을
바라보다
김억 목판화

교하에서
화선지먹채색
칡뫼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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