ᆞ
사람이 죽어도 애도는 뒷전인 세상이 되었다. 어느 틈에
망자의 조문 참석까지 산자의 가치관 증명 수단이 되었다.
적장의 목을 베고도 제사를 지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였다.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사라져야 할 존재란 말인가.
이 순간 우리들의 잣대로 과연 살아남을 이 그 누구인가.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예수님은 포퓰리즘을 퍼뜨리는 자요 부처님은 가족을 버린 패륜아가 된다.
전쟁의 후유증인가. 우린 뮈든 흑백논리로 쉽게 가른다.
적을 만들고 상대의 티를 찾으려 애쓰다 보니 늘 자신만 깨끗하다. 그래서 우린 모두 순수의 감옥에 갇혀 살게 되었다. 결국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여야 살아남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누가 누구를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벌써 몇 명째인가
가신 이의 공과가 그리 쉽게 무화될 수 있는가. 평생을 바친 일 조차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죄는 죄대로 대처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누가 막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살아 죽느니 죽어 진정 죽기를 택한 것은 아닌지.
시공간을 공유한 우리 모두가 공범인 것이다.
자살은 타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ᆞ
에셔
목판화작품
낮과 밤 1938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