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봄비를 맞으며

칡뫼 2011. 2. 28. 11:02

      

 

 

      봄비를  맞으며

 

     올해 들어 처음 봄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겨울은 눈도 많이 왔고 유난히 추웠습니다. 한 달여 계속된 강추위로 삼한사온이란 말이 왜 있나 싶었지요. 근래 보기드문 이상한 날씨라고 누구나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봄비는 계절의 순환이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더욱 반가웠습니다.  거기에 가드레일이나 도로 위에 겨우내 켜켜이 쌓였던 먼지를 씻어주니 속이 시원하기도 했지요. 양도 적잖이 많아 길에는 물이 흐르고 웅덩이엔 물이 고였습니다.

 그런데 흐르는 빗물은 시커먼 구정물이었습니다. 구정물의 정체를 생각해 보니 반가움도 잠시였습니다. 미끄러운 눈길에 뿌려진 염화칼슘, 구제역으로 지금까지도 길에서 살포되고 있는 소독약, 그리고 차량 브레이크에서 쏟아진 중금속 등이 섞인 독극물이란 생각이 드니 끔직했습니다. 양도 너무나 많아 상상을 초월하지요. 추위로 소독약 대신 쓰인 석회는 밤샘작업을 해도 모자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소독약도 마찬가지 입니다.  염화칼슘은 준비된 것도 모자라 지자체끼리 빌려다 쓸 정도였으니 양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봄비는 땅에 내려 대지를 청소하고는 곧 화공약품 덩어리로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물은 곧 강으로 흘러들고 바다로 향할 것입니다. 바다는 무슨 죄가 있길래 비만 오면 독극물을 벌컥벌컥 마신단 말입니까. 인간이 하는 일이지요. 그전에는 여과지 역활을 하는 갯벌이라도 넓게 있어 조금은 나았습니다. 요즘은 개발이란 이름으로 바다를 메꾸어 갯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가 새만금 간척지겠지요. 사람으로 치면 허파가 막히거나 잘린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벌써 바다는 아프다고 병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적조현상이 그렇고 바다의 체온인 수온이 올라 어장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어패류에 중금속이 녹아있어 먹이사슬의 정점인 북극곰의 몸까지 오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의 이상한파도, 여름철의 예전과 다른 폭풍우도 결국 바다가 아픈 증거라 합니다. 더 나아가 지구가 병든 것이라지요. 결국 생명을 잉태한 바다는 그 자식의 자식으로 인해 고생하는 격이란 생각에 세상의 본질은 과연 뭔가하는 의문까지 듭니다. 

  

    세상은 똑똑한 인간이 있어 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합니다. 바다는 모든것을 받아주어 바다라 한다는데 인간의 잘못을 언제까지 계속 받아줄 수가 있을런지?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보고  꿈보다는 절망을 먼저 생각한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2011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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