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저는 또 상사병이 도졌습니다.
이상스레 봄에 노루귀를 만나지 못하면 봄이 봄같지 않고
일도 잘 손에 잡히지 않고 늘어지니 큰일이지요.
일요일을 피해 홀로 산에 들었습니다
노루귀 재작년엔 3월 20일 작년에는 추위 탓에 3월 30일 만났었지요
올해는 27일 오늘 쯤 만날 수 있지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날씨가 흐리고 해가 없어 걱정했지만
노루귀는 온도에 더 민감해 활짝 웃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쁘게 웃고 있네요
골짜기 냇가엔 아직 얼음이 있었습니다
얼음이 풀리기 전에 피는 꽃 노루귀 입니다
몸에 난 솜털 하나로 밤추위를 견디긴 힘들텐데
잘도 견디는 것을 보면
조바심이 컷나 봅니다
겨울 내내 견딘 기다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활짝 웃고 있습니다
분홍 노루귀 가족입니다
참 이쁜 새악시 같죠
오누이 같고
색시 같고
색도 청에 보라가 섞인 모습 오직 한가지만 고집하진 않습니다
흰 것도 자세히 보면 분홍색감이 살짝 있기도하죠
아직 추운데 낙엽을 제치고 나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네요
현호색도 채비를 차리고 있고
산괴불주머니도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낙엽사이에 피니
등산객 눈에는 잘 보이지 않죠
그들에겐 산꼭대기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손을 타서 캐간 곳도 있었습니다.
놓고 보면 더 아름다운데
홀로 즐기려는 심사가, 욕심이,
야생들풀을 우리곁에서 사라지게 하죠
가장 좋은 것은 그대로 두고 보기입니다
2012년 3월 27일 사진 김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