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으로 사는 법>을 읽고
예술이란 무엇인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럼 예술을 다루는 사람, 예술가가 뭔지 알면 예술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예술 뒤에 붙는 글자가 집 가家자다 家는 터에 뭔가를 이루는 것이다. 즉 보금자리. 생각을 엮어 자신만의 집(작품)을 이룬 사람이다. 작가, 화가, 소설가, 수필가. 음악가, 문필가, 작곡가 등 많다. 즉 家자가 붙는 사람들이 다루는 분야가 예술의 영역이겠다.
오늘은 문학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분량이 짧아야 한다.
생활이 바쁜 탓에 갈수록 긴 글이 천대 받고 있다. 장편소설도 축약본이나 100분짜리 영화로 압축되는 세상이다. 짧은 시의 세상이 된지 오래고 이젠 모바일을 통해 짧은 글이 손바닥 안을 넘나든다. 그것도 길다고 이모티콘이 글자를 대신하기도 한다. 어쩜 앞으로 긴 글은 작가나 연구자들의 학습수단으로나 쓰일지 모른다.
둘째,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그려주는 글이거니. 하고픈 말을 해주는 대리만족의 글도 해당된다. 즉 공감이다.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쉽게 설명하는 글도 재미있다. 글의 가치는 기록 외에도 인간의 또 다른 체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 있다. 문학의 중요한 가치다.
셋째,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글이 길고 늘어지는 만연체는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짧고 단순해야 한다. 좋은 글일수록 긴 문장은 적다. 신문 칼럼도 긴 문장이 많으면 하품하는 세상이다.
넷째, 재미와는 다른 감동이 담보되어야한다.
감동은 새로운 시선의 제공이다. 구성상 반전이 이루어질 때 감동이 따른다. 물론 읽는 독자의 생각을 뒤집어 주는 것도 반전이다. 뻔히 보이는 이야기는 고리타분하다. 어쩌면 글 내면의 인간애가 감동의 기본이지만 그렇더라도 평범한 구성은 감동이 없다. 반전의 묘미를 십분 활용하는 분야가 추리소설이다.
다섯째, 이미지다.
글은 이미지를 동반하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다. 철학이 어렵고 종교가 어려운 이유다. 사이비가 살아갈 환경 또한 애매모호한 데서 나온다. 좋은 글은 그림이 그려지고 구체적이다.
여섯째, 이런 요소에 더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 없는 문학은 소없는 만두일 뿐이다. 글 내면에 흐르는 휴머니즘이야말로 글의 가치를 높여준다.
놀라운 글을 만났다 ‘코믹에세이’란 이름으로 쓴 월척 정재갑의 글이다. 위의 몇 가지 예를 만족시키고 있다. 짧고 재미있는 글. 요즘 시대에 맞는 형식이다. 거기에 평범한 일반이 대리만족할 자기연민이 녹아 있다. 체면에 교육에 눌려 하고 싶어도 못했던 말을 작가가는 과감하게 대신해준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처럼. 몇몇 글은 얼핏 천박한 19금 글로 오해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소시민의 삶임을 이야기한다. 솔직함, 진정성이 외설을 누르고 있다. 그의 글은 언제나 이미지를 달고 다닌다. 관념적이 아니라 구체적이다. 그림이 그려진다. 거기에 지루하지 않게 끊어 낼 줄 아는 말꼬리 내리기. 더군다나 생명에 대한 사랑이 바닥에 깔려있다.
거짓을 잘 버무려 진리를 추구한 게 소설이다. 하지만 진정성이 의문시되기에 좋은 소설도 다 읽고 보면 허무하다.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진실한 자기 체험 고백을 담보로 하는 글이란 데 있다. 거짓과 허구는 용납되지 않는다. 월척 정재갑의 글은 에세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너희는 뭐 남다른 줄 알어!. 너희도 이렇잖아“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요즘 만나는 점잖은 글에 일격을 가하고 있다. 민낯의 아름다움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글은 벌써 일가를 이루고 있다. 앞에서 말한 예술가, 작가인 것이다.
오랜만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가를 본 듯하다. 앞으로 더욱 깊어지고 내밀해 질 또 다른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칡뫼 김형구 . 화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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