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칡뫼 멋대로 읽기

그림, 칡뫼 멋대로 읽기 (1)

칡뫼 2016. 1. 3. 14:25

 

  

 

 

 

        <그림, 칡뫼 멋대로 읽기>라는 코너를 신설하면서

 

 

그림을 20대부터 본격적으로 그리면서 '그림은 뭘까'를 끝없이 질문해 왔다.

홀로 그림을 터득해온 나로서는 그 답을 구하기 위해 배고픈 아이 젖 빨듯이 많은 그림을 볼 수밖에 없었다.

잡지,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해 작가의 전시장, 작업실까지 발품을 팔아왔다.

그 일은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사이사이 계속되고 있다.

보고 느끼고 배우고 그리는 게 화가다. 그래서일까. 내 나름의 눈으로 그림을 읽어 보게 되었다.

정답은 아니다. 아니 모든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남의 그림을 내 멋대로 읽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의 진짜주인은 그림을 그린 사람도 아니고 그림을 소장한 사람도 아니다. 

그림을 보고 나름대로 읽어 가슴속에 가둔 사람이 진짜 주인이다.

앞으로 내가 쓴 글이 그림을 가슴에 가두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2016년 벽두에          -칡뫼 김구-

 

 

 

 

 

 

 

 

 

                                       상기 작품은 중국의 현대화가 장샤오강 (張曉剛  1958년 생~)의 그림이다

 

     

 

       우선 첫 느낌이 사진 같다. 맞다 사진이다 빛바랜 흑백사진. 작가는 오래된 기억의 흔적 같은 사진을 그렸다. 화폭이 작으면 사진의 질감이 어렵게 나온다. 그의 그림은 대작이 많다. 큰 그림은 멀리서 보면 붓 자욱이 사라지고 사진처럼 보이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그 예가 예전 극장 간판이다.

      그림을 다시 가만 보자 흑백사진에 칼라가 등장한다. 어라 그것도 부분적으로, 저게 뭘까.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다시 그림을 보자. 가느다란 실오라기가 보인다. 붉은 색이다. 그것은 왜 그려 넣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화가는 늘 불친절하다. 자기만의 세계를 멋대로 그린다. 기분이 상해도 할 수 없다. 내가 모르는 게 죄라 생각하고 넘어가자.

     그런데 묘하게 그림속의 눈동자는 하나같이 초롱초롱하다. 아니 무섭기까지 하다. 슬프게 습기를 머물고 있다. 무슨 말을 걸면 왈칵 울어버릴 것 같은. 묘하게 눈동자에 시선이 쏠린다. 그렇다. 작가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독자를 흡입하는 것은 인물에서 눈이다. 정확히 눈동자다. 작가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그럼 저 사진 속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인민복을 입고 찍은 가족사진인 것 같은데 가운데 아들같이 보이는 아이는 붉은색이다. 흑백사진 속에 돋보이는 색, 아련한 노랑, 흰색 말고 붉은색, 혹시 공산주의에 물든 자식이 아닐까. 얼핏 거기에 생각이 미치는 것은 보는 이의 본능이다.

      작가는 분명 가족사진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느다란 붉은 실선은 혈연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서로 엮어져 있으니. 얼굴에 여기저기 투영된 색조는 그림을 따뜻하게 환기 시키고 있는데 역사성과 세월의 흔적을 상징한다는 정도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색은 감성이며 차가운 흑백의 죽은 사진을 살리는 효과가 분명 있는 것이다.

      부모와 달리 붉은 색을 가지고 태어난 자식 어쩜 사상적으로 부모와 다른 사생아 인지도 모른다. 공산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자식과의 대화 단절이 많은 요즈음이다. 작가는 가족문제와 그것을 넘어 중국 현대사를 암시적으로 그린 것은 아닌지. 아니 분명 그렇다. 이쯤에서 그림 보는 이는 확신을 가져도 된다. 왜냐하면 벌써 그림이 내 마음속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여 그 울듯한 눈동자에는 슬픔, 회한, 분노 그리움 같은 인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것이다. 거기에 좁은 어깨로 그려진 인물은 당당하지 못하고 내면적으로 눌린듯한 소시민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림이 왠지 다독여 주고 싶어지는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서정은 어디서든 통하는 명약이다.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를 상상하지 않더라고 세상은 이런 식으로 맺어지고 이렇게 간다는 특히 중국현대사의 한 단면을 그려낸 것은 아닌지. 눈동자는 한편 슬프지만 똑바로 뜨고 세상을 직시하고 있다.

    그 이상의 상상력은 여러분의 것이다. 그림은 보는 예술, 보는 자의 것이다. 여기까지 장샤오강의 그림을 멋대로 읽어보았다. 그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칡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