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화가 손상기(1949-1988 )의 작품이다
그림을 가만 보고 있으면 아스라한 슬픔이 묻어난다. 맨 위의 그림은 공작도시 시리즈에서 <이른 봄> 이란 작품이다. 할머니 한 분이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손주가 타고 놀던 것일까. 세발자전거가 있다. 그리고 지팡이. 할머니는 따뜻한 봄날 아들집(?)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며 지금 쯤이면 논밭에 땅이 풀리고 들판에는 새싹이 돋아날텐데. 고향생각을 하는 것일까. 고향을 떠나 살게 된 이곳은 친구도 잔디도 없는 공작도시 서울이다.
이 그림이 그려지던 시절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노인이 많던 시절이었다. 도시생활을 하는 자식을 위해 집 한 칸,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주려고 전답을 팔고 도시로 이주했던 시절이었다. 평생 논밭을 터 삼아 살아 온 노인에게 도시는 낯설고 슬픈 타향인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을 담은 것일까. 짙은 서정성에 사회 현실을 담아낸 그림이다.
그의 작품 공작도시 시리즈는 도시로 이주해 와서 느낀 감성을 화폭에 담아냈다. 좋은 그림은 방법은 다를지라도 늘 시대정신을 담는다.
아래 그림을 보자 <영원한 퇴원>이란 작품인데 제목을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어제까지 병상에 누워있던, 아니 아침나절까지 살아있던 노인은 하늘나라로 갔음을 암시하고 있다. 병상에 홀로 남은 지팡이, 공중에 달려있는 링거수액은 멀리 떠난 주인이 누구였는지 상징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림 하나를 더 보자. 맨 아래 그림은 초기작에 해당하는 <자라지 않는 나무>인데 그림 속에 잘린 나무가 작가 자신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슬픈 정서를 늘 바닥에 깔고 있다. 그의 짧은 생은 고통과 슬픔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천적 장애가 있던 작가에게 그림만이 생의 구명조끼였다.
작가는 구루병환자였다. 장애를 딛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꼬부리진 지팡이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곳저곳 전시장에서 스쳤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는 구본웅과 함께 한국의 로트렉으로 불린다.
- 칡뫼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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