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정복수의 부산시절전을 보러 부산에 갔었다. 마침 벡스코에서 BAMA전이 열리고 있어 덤으로 즐겼다. 뷔페식당처럼 차려진 많은 작품들 중에 유독 내 눈을 끄는 것이 있었다. 구석에 차려진 사진 특별전이었는데 신선한 야채 같았다. 모두 좋은 사유를 담고 있었는데 그중 오늘은 김영석 작가의 '자' 이야기다. 사진 작업 '1미터 자'라는 작품이었는데 거의 5미터 크기였다. 확대된 사진인데도 정교하게 구현된 자의 눈금 또한 경이로웠다. 왜 ‘자’ 사진을 찍어 보여줄까. 그것도 엄청 크게. 사유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을 놓고 깊고 넓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쉽고 간결하게 적어본다.
'자'는 뭘까. 우리가 정한 약속이다. 우리 공동체가 만든 공통의 가치다. 그런데 1미터를 재는 1미터 크기의 자를 확대해 5미터로 만들어 놓고 '1미터의 자'라 했다. 크게 확대된 '자' 사진이지만 이미지의 본질은 1미터짜리 자가 분명하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세상을 재는 자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원하건 원치 않건 말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의 본질이다.
팩트는 하나다. 하지만 그 것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본다. 다르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죄라면 죄다. 그래서 전쟁도 있고 사랑도 있고 예술도 있는 것이다. 오늘 당장 시끄러운 우리나라 정치도 그렇다. 그런데 그 속에 개인 욕심까지 복잡하게 숨어 있어 늘 더 큰 문제지만 .
<그림, 칡뫼 멋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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