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읽을 때마다 늘 세상 약자였던 민초를 떠올렸던 시다
그런데 세상 눈치 보느라 눕고 일어나고 할 필요도 없이
바짝 엎드린 풀이 있다.
그 이름이 ‘애기땅빈대’ 인데 오늘 만났다
이 녀석은 바삐 움직이는 사람에겐 보이지도 않는 풀이다
왜냐하면 이름처럼 땅에 바짝 붙어 기어 다닌다고 할까.
아예 처음부터 곧추서는 삶을 택한 게 아니라
‘밟을 테면 밟아봐라 난 내 인생이 여기 있다’이다
잘난체 하느라 고개 들고 살지 않으니
소나 염소의 먹잇감에 노출 될 일도 없다
먹히느니 밟히겠다이다
얼마나 처절한 생존 본능인가
갈라진 틈에서 자라는 모습이
오늘따라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땅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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