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 보니 청계천 세운상가 근처 공구상가 재개발에 대한 기사가 보였다
곧 떠나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한곳에서 오래도록 대물림으로 장사를 한 상인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뭐든 돈이 우선인 세상이니 주상복합으로 재개발이 된들 누가 뭐랄까
하지만 장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던 이들에겐
청춘을 다 바친 세월의 두께 앞에 눈물이 날만하다
초라한 건물,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벽, 좁은 골목, 얼기설기 지나는 전선줄, 그리고 투박한 간판들.
번득이는 고층 건물 뒤에 숨어 오랜 세월을 이고 있는 서울 한복판의 또 다른 풍경이다.
한 때 이 모습에 끌려 을지로 주변 골목을 수시로 찾았었다.
밤 골목을 주제로 소시민의 모습을 그리던 때였다.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그곳에 우리의 아버지들이 살던 모습이 있고
골목 풍경은 6-70년대로 시간여행을 시켜준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되기까지 애쓴
이름 모를 노동자, 상인, 기술자들의 땀 냄새도 맡아볼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유지한 채 리모델링해서 쓸 수는 없을까
우린 역사의 현장이 현대화의 명목으로 무자비하게 사라진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자본의 논리에 상인들의 주장은 힘없는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뿐
함께 웃을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기사를 읽다보니 청계천 주변 공구상가 골목을 소재로 했던 작품이 몇 점 떠오른다.
그림 속 커피를 배달했던 을지로 미스양은 이 곳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재개발이 되고나면
일마치고 어둠이 내린 골목을 걸어 퇴근하던 사람도 이제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