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생각

아침단상

칡뫼 2018. 12. 30. 11:46






철컥철컥

작두에 여물 썰 듯

시간을 썰어내는 괘종시계

밤 새 쉬지도 않네

 

난 가끔 불면의 시간을 맞을 때가 돼서야

네 존재를 의식하곤 해

네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깨닫지

 

가끔 아버님이 말아주는 시계밥 만으로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는 널 보면

소름이 돋아

넌 밥값 한다며 종을 쳐서 친절하게

밥 먹을 시간 일하고 쉴 시간 알려주지만

어떤 때 드는 생각

네 주인이 과연 누구냐는 거야

네가 우리를 부리는 게 맞지!

 

난 네가 썰어낸 시간을 불로장생약인 줄 받아먹다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커서야 알았어

깊은 배신감에 몸서리쳤지만 운명으로 받아 들였지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비장의 카드 한 장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 카드는 기억장치의 일종인데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불멸이라네.

일종의 사람 머릿속에 심는 USB 같은 거지

대신 낙장불입이어서

평생 한 번 뿐이 못 쓴다네

 

그런데 사실 큰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카드를 내밀어야 하는지

아직도 그걸 모른다는 거야.

비극이지

 

어찌 되었든 네가 주는 시간밥 덕에

물레방아처럼 올 한해도 뱅뱅거리며 열심히 살았어.

방아 찔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지

 

서양에서는 시지프스란 애가

나처럼 개고생 한다는구먼.

인생 뭐 있어 그런거지

자 모두들 내년에도 또 함께 파이팅 해 보자고


-2018년을 보내며-

 


   작두 사진출처  민족 대백과 사전




시시포스 /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8-90년경 ~ 1576년)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 Les Joueurs de cartes(세잔)

1890~1895년경

캔버스에 유채, 47.5×57cm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캔버스에 유화, 24.1 x 33cm, 뉴욕 현대미술관

 






'아침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양  (0) 2019.01.13
공구상가 철거  (0) 2019.01.11
지허선사 ,지공선사  (0) 2018.12.02
얼굴  (0) 2018.11.17
스스로 취하면 안된다  (0) 20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