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철컥
작두에 여물 썰 듯
시간을 썰어내는 괘종시계
밤 새 쉬지도 않네
난 가끔 불면의 시간을 맞을 때가 돼서야
네 존재를 의식하곤 해
네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깨닫지
가끔 아버님이 말아주는 시계밥 만으로
지치지도 않고 쉬지도 않는 널 보면
소름이 돋아
넌 밥값 한다며 종을 쳐서 친절하게
밥 먹을 시간 일하고 쉴 시간 알려주지만
어떤 때 드는 생각
네 주인이 과연 누구냐는 거야
네가 우리를 부리는 게 맞지!
난 네가 썰어낸 시간을 불로장생약인 줄 받아먹다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걸 커서야 알았어
깊은 배신감에 몸서리쳤지만 운명으로 받아 들였지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비장의 카드 한 장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 카드는 기억장치의 일종인데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불멸이라네.
일종의 사람 머릿속에 심는 USB 같은 거지
대신 낙장불입이어서
평생 한 번 뿐이 못 쓴다네
그런데 사실 큰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카드를 내밀어야 하는지
아직도 그걸 모른다는 거야.
비극이지
어찌 되었든 네가 주는 시간밥 덕에
물레방아처럼 올 한해도 뱅뱅거리며 열심히 살았어.
방아 찔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지
서양에서는 시지프스란 애가
나처럼 개고생 한다는구먼.
인생 뭐 있어 그런거지
자 모두들 내년에도 또 함께 파이팅 해 보자고
-2018년을 보내며-
작두 사진출처 민족 대백과 사전
시시포스 /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8-90년경 ~ 1576년)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 Les Joueurs de cartes(세잔)
1890~1895년경
캔버스에 유채, 47.5×5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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